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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시작이 김일성? 태영호가 다시 꺼낸 '색깔론'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만행" 주장한 태영호... 4.3 사건의 도화선은 3.1 발포사건이다

등록 2023.02.14 09:30수정 2023.02.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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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김일성 지시'를 주장하더니 합동연설회에서도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이라고 했다.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4.3 사건을 왜곡하는 차원을 넘어 오랜 시절 제주도민을 괴롭혀온 색깔론에 덧칠을 하는 행위였다. 

제주 4.3 사건의 시작은 김일성이 아닌 경찰의 발포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3.1 발포사건 설명문을 읽고 있는 어린이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3.1 발포사건 설명문을 읽고 있는 어린이임병도

제주에서 4.3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3.1 발포사건을 알아야 한다. 1947년 3월 1일 제주 11개 지역에서는 3.1절 기념대회가 열렸다. 당시 제주 인구의 17%가 넘는 5만여 명의 도민들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항일 투사와 독립운동가들이 주축이 된 3.1절 기념대회는 씨름대회 같은 각종 부대 행사가 열리는 등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제주 북국민학교에서 열린 기념대회는 피로 얼룩졌다. 

가두시위 도중 관덕정 인근에서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치여 다쳤다. 기마경찰은 아이를 구호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도민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총을 쐈고 민간인 6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숨진 이 중에는 젖먹이 아이를 가슴에 안은 젊은 엄마도 있었다. 

도민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조경옥 경무부장은 좌익에 선동된 군중이 집단으로 폭행에 가담해 불가피하게 발포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견디다 못한 제주도민들은 3.10 총파업에 들어갔다.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학교, 은행, 회사, 기관은 물론이고 현직 경찰까지도 동참했다. 3월 13일까지 제주도 전체 직장의 95%가 참여하는 사상 유례없는 총파업이었다. 

도민들은 '고문 폐지', ' 발포 책임자 처벌', '경찰 수뇌부 사퇴', '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미 군정과 경찰은 시위 주도자를 검거한다며 2500여 명이 넘는 도민들을 체포했다. 


미 군정과 경찰은 남로당이 북조선과 연계했다며 제주를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었다. 특히 파업에 동참했던 경찰들을 대거 파면하고 서북청년단을 불러들여 도민을 억압했다. 

제주도민을 향한 무자비한 탄압과 검거는 제주 4.3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공식 희생자 1만4532명, 비공식 2만5000명에서 3만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태영호의 색깔론은 제주 도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1954년 공식적으로 제주 4·3 사건이 종료됐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의 상처는 끝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검거됐다.

검속을 피해 일본으로 피신한 도민들은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풀려난 사람들도 고문 후유증과 사찰에 시달렸다. 

제주에서 4.3은 금기어였다. 특히 경찰이 제주도민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간첩으로 몰렸다. 

수십 년 동안 몰래 죽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며 살았다. 연좌제 때문에 공무원이나 사관학교, 공기업에 취업할 때마다 신원조회에 걸려 불이익을 당했다. 

오랜 세월 빨갱이라며 손가락질받던 제주도민들이 이제야 신원이 회복되고 희생자로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태영호 의원은 김일성 지시라며 또다시 제주도민에게 빨간색을 칠했다.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무릎을 꿇었다.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희생을 당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덧붙이는 글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제주 4.3 사건 #3.1 발포사건 #3.10 총파업 #태영호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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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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