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의 발생을 북한과 연결시켰다. 이때 발생한 민간인 학살 역시 북한 책임으로 돌렸다. 역사적 사실을 뒤튼 '색깔론'이다.
지난 12일 제주 4.3사건 위령탑 앞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향을 올리며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라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언 같지만, 실상은 4.3을 왜곡하고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망언이다.
한반도 분단과 남한 단독 총선거를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궐기를 대규모 학살로 진압한 이 사건에서, 진압하는 쪽엔 미군정과 남한 군경과 서북청년단이 있었다. 그리고 진압 당하는 쪽엔 제주도민과 유격대가 있었다. 태영호 의원은 진압당한 피해자 쪽을 김일성과 연결지었다. 그러면서 학살 책임 역시 김일성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 지역 단체들은 "태 의원이 제주 4.3에 대해 '명백히 북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등 역사적 진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켜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며 분노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뒤바꿔 놓다
제주도민들이 외부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왜곡한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진실을 왜곡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5.18 북한 개입설을 퍼트려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4·3 당시 제주 인구 25만 중에서 3만 정도가 희생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 측이 인정한 희생자 규모는 1만4000명이다. 목숨을 걸고 분단을 반대한 사람들이 제주도에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한국인들을 숙연케 만든다.
그런데도 극우세력은 이 사건을 주저없이 폄훼하고 있다. 김일성 정권의 사주로 일어난 일인 듯이 매도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옥중서신>은 4.3 희생자들을 폄하하는 대목에서 "이들은 김일성을 따르는 박헌영의 남로당 골수분자들로서 해방 후 나라가 세워질 때 김일성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제주 반란사건을 일으킨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전광훈 목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 역시 뒤바꿔 놨다. "그들은 진압군과 경찰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을 따르지 않은 제주도민들까지 처참하게 살해한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진압군과 경찰을 피해자로 둔갑시켜놓은 것이다.
극우적 역사관으로 인해 사퇴 압력을 받는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역시 2014년 4월호 <한국논단> 기고문 '제주 4.3폭동은 반한·반미·반유엔 친공 투쟁'에서 학살 책임을 제주도민 유격대로 돌렸다.
그러면서 실제로 학살을 주도한 군경 토벌대를 두둔했다. "물론 군경 토벌대가 계엄령을 과잉 적용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적법한 공권력 행사 넘어선 부분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이들을 옹호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태영호 의원이 이런 주장들에 동조하면서 표를 구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이념적 좌표가 어디를 지향하는지를 의심케 만든다.
민중의 봉기를 지워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