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울산 북구 모처에서 만난 최상묵씨가 손배 관련 자료를 보이고 있다.
김성욱
지난 10일, 울산 북구 모처에서 최씨를 만났다. 최씨는 10년여의 싸움 끝에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최종 인정받아 2022년 12월부로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손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근로자지위확인 소송)를 취소하고, 근속연수는 물론 정규직이었다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까지 모두 포기하면 정규직으로 받아주겠다는 사측의 '경력직 신규 특별채용' 제안을 거부한 채 끝까지 남아 투쟁한 대가였다.
최씨는 "회사 말 들으면 없애주고, 안 들으면 안 없애주는 손배는 (노동자) 탄압의 수단"이라고 했다.
- 2013년 7월 12일, 63분간 라인을 세운 이유는 뭐였나.
"불법을 바로잡으라는 것뿐이었다. 정부와 사법부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했는데도 현대자동차는 들은 체도 안 하고 있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현대자동차의 힘이 얼마나 센 거냐. 뻔뻔하게도 회사는 우리에게 모두 개별적으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해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와야만 온전히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식이었다. 그렇게 대법원까지 10년 걸렸다. 이게 말이 되나.
그저 법을 지키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려고 파업까지 해야 하는 현실도 기막힌데, 회사는 용역들을 불러 노동자들 얼굴을 일일이 사진으로 채증한 뒤 손배를 마구 남발했다. 노조에 때리는 것도 아니고 개별 노동자들에 대고 때렸다. 겁을 주는 거다."
- 2013년 7월 12일 63분 파업과 관련해선 본인을 포함해 5명만 남았다.
"그날 파업으로 수백 명이 손배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회사의 '특별채용'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손배가 취하됐다. 다들 원청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랜 투쟁에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법으로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가 왜 경력도 인정 못 받고, 그동안 체불된 임금도 못 받아야 하나. '그래, 한번 끝까지 가보자' 싶었다.
그나마 우리는 손배 액수가 적은 편이다. 동료 중에는 지연이자까지 합쳐 200억 원이 넘는 손배가 남은 이도 있다. 그 동료도 나처럼 끝까지 회사에 굽히지 않고 버틴 터였다. 노동자들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나. 그 동료, 200억원은커녕 2000만원도 없을 거다."
- 2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노동계에선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현대자동차도 걱정이 좀 되는 모양이더라. 최근 우리를 만나서 손배 문제를 정리하자고 하더라. 회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고 싶지 않은 거다.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별로 기대는 안 한다. 세상이 바뀌더라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는 언제나 손톱만치만 움직이더라."
"강자에게 칼까지 쥐어준 꼴... 노동자 옥죄는 손배, 언제까지 이대로 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