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도, 경쟁도 힘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체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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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사업상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해결하기 위해 법적인 부분과 포털 측 신고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시도했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다. 너무 많은 패를 상대에게 내주었다. 초보 사업가로서 순진하게 운영한 면도 없지 않았다.
자본은 적고, 규모도 작으며, 경험도 적은 소상공인이 전략적으로 이기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시도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변호사를 고용할 비용은 없었고, 회사의 적은 인력으로 그것까지 방어하기엔 무리였다. 결국 우리는 상대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자칫하면 운동할 때처럼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 더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니, 실익이 없는 싸움이었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사업은 자존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남편이 말했다. 자존심도 힘이 있을 때나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지금은 자존심보다는 사업을 키우는 것이 먼저였다.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회사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로 삼았다. 회사의 규모와 경험을 더 쌓으며 한층 더 튼튼해지기로 했다. 운동에서 중량을 줄이고 여유로 자세를 바로잡듯이 회사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한참 젊은 시절의 나는 쌈닭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내 뜻이 관철 되어야했고, 상대방을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젊은 시절의 나라면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손해가 나더라도 끝까지 물어뜯고 싸웠겠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그만큼 남의 말을 경청할 줄도 알고, 전체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여유도 생겼구나 싶었다.
"몸이 강해지면 여유가 생겨요."
트레이너의 말이었다. 나이가 들면 다 약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내 생각과 경험은 강해지고 있었나 보다.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것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결국 긍정은 강함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강함은 여유를 만들고, 여유는 긍정을 만든다. 만약 여유 없이 억지로 짜내는 긍정은 후유증이 있다.
예전의 나는 억지로 '마음먹기'를 하곤 했다. 억지로 마음먹기에 해당하는 일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회사와 관계된 일이었고, 억지로 마음먹기를 하고 난 후에는 몸과 마음이 몹시 피폐해지곤 했다. 거절을 못 해서 억지로 마음먹고 일을 해내는 것도 많았다.
그렇게 해낸 일로 누군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그것이 또 서운해서 꾹꾹 눌러 담았다. 내가 가진 역량 이상의 것을 억지로 짜냈기 때문이었다. 꾹꾹 눌러 담은 서운한 감정은 언젠간 폭발했고, "네가 그럴 줄은 몰랐어"라는 말로 되돌아오곤 했다.
내 능력치를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 이제 나는 아무 일이나 마음먹지 않는다. 거절도 곧잘 한다. 내 능력치를 벗어난 부탁에 대해선 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