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유족 제공
아버지 "앞으로도 갈 길 멀어"
이날 순직확인서와 함께 전달된 공군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 결정서를 보면, "강제추행 피해 이후 사건 관련자들의 관련 사실 은폐시도, 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2차가해 발생 등의 관리 소홀 등"이 이예람 중사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나와 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조치 제도 개선 등이 인정된다"고 적혀 있다.
이는 성추행 가해자뿐만 아니라 군 또한 이 중사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이 중사 사망이 순직Ⅱ형(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되어 사망)으로 인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망인(이 중사)은 2021년 3월 2일 가해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해 3개월 이상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는 등 심각하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서 선임, 소속반장 등 평소 믿고 의지했던 제20전투비행단 상급자들이 피해자인 망인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는 등 2차 가해를 하였다.
강제추행 사건 이후 '성추행 피해 사실이 노출되면 신고한 여군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군대 조직에 융화되지 못한 채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강미 망인에게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망인은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딛고 군 생활에 대한 마지막 희망으로 새로운 부대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으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전입 첫 주 만에 휴가 출발 신고 문제로 당혹감을 느끼는 등 새로운 근무 환경에 대한 염려가 큰 상태였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조속한 절차 진행이 되지 않고 충분한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망인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순직 결정 이후에도 유족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이후 국가보훈처가 이 중사를 국가유공자인지 보훈보상대상자인지 판단하는데, 이 중사처럼 순직Ⅱ형이면 대체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사례가 있어 논란이 발생해왔다. 한편 특검이 기소한 이들의 재판 또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순직확인서를 받아 예람이 영정 앞에 놓으며 '이 종이 쪼가리 한 장 받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든 일이 계속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람이는 군의 조직문화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항의하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한 것"이라며 "이번 순직 결정으로 군의 잘못이 명확히 인정됐으니 군과 국가보훈처가 딸의 예우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한 노력은 군에서 다시는 억울한 일, 다시는 예람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며 "(딸의 이번 사례가) 이미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포기해버린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들에게도 경종이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