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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 여기 꼭 '골프장'이 필요합니까

[현장] 대구 금호강 둔치에 발자국·모래성 등 흔적...북구청,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지켜야

등록 2023.02.19 20:00수정 2023.02.2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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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수달 ⓒ 정수근

  
대구시가 금호강에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파크골프장 6군데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북구청이 현재 북구 사수동 금호강 둔치에 조성 중인 파크골프장입니다. 해당 공사 면적만 10만㎡, 약 3만250평입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둔치이기에 야생동물들이 목격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일대를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수달을 이번엔 직접 만나볼 목적이었습니다. 18일 이른 새벽에 제가 길을 나선 이유입니다. 새벽에 그들을 만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금호대교 아래부터 시작해 와룡대교 아래까지 물길을 걸었습니다. 물길을 걸으며 지난가을 바로 직상류 팔달교 부근에서 만났던 수달 가족이라도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관련 기사: 금호강 수달 가족의 간절한 외침 ... 홍 시장님, 그냥 놔두세요)

모래톱에 남아 있는 수달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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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발자국과 수달 발자국의 모래톱에 나란히 찍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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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놀다 간 흔적. 수달은 이렇게 모래성 흔적을 남기며 영역 표시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물길을 걷기 시작하자마자 걸음을 멈춰야 했습니다. 물길을 걸으며 모래톱에서 수달 녀석들의 흔적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반가웠습니다. 모래톱 위에 선명히 새겨진 녀석의 발자국과 그들 나름의 영역표시인 작은 모래성을 쌓은 모습이 반갑고도 정겹습니다.

그 위에 내지른 배설물은 녀석이 이곳을 다녀간 시간을 짐작하게 합니다.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다면 녀석과 조우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쉬움을 달래며 사진으로 녀석의 흔적을 기록해봅니다.

모래톱은 이들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수달들은 실제로 모래톱 주변 곳곳에 특유의 발자국도 남겼습니다. 모래톱 위 흔적을 자주 남기는 녀석들의 특성상, 모래톱 조사가 필수입니다. 수달 이외에도, 고라니와 삵이 다녀간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현장에 발자국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실제로 방문 전날인 17일 밤, 미리 설치해둔 무인센서카메라에는 혼자 이동하는 수달 녀석의 모습이 짧게 잡히기도 했습니다. 존재를 명확히 확인한 순간입니다. 이동하는 녀석의 특성상 수달들은 이 일대를 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즉 대구 북구 사수동 파크골프장 공사 구간이, 수달들의 행동반경 안에 들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곳이 바로 수달들의 서식처일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다시 물길을 걸었습니다. 곳곳에 녀석의 배설물이 보입니다. 한참을 걸은 후 만나게 되는 작은 섬에서도 녀석의 흔적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바로 앞서 봤던 그 녀석의 흔적인지, 아니면 또다른 개체의 흔적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한 마리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식사 후 남겨진 물고기... 여기 수달이 살고 있다
   
더 걸어가다가 수달이 식사를 한 흔적을 만났습니다. 누치로 보이는 물고기 머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싱싱한 누치의 머리로 보아 아마 기자가 현장 도착 직전에 식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수달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닙니다.

그리 멀지 않은 풀숲에는 수달이 먹다 남긴 누치의 꼬리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달이 한 녀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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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에는 수달이 먹다 버린 누치의 꼬리 부분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하중도(섬)를 따라 둘러보니, 녀석은 친절하게도 반대편 작은 모래톱에도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모래성을 쌓아 영역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물길을 따라 곳곳에서 목격이 됩니다. 호안공사 현장에도, 굴삭기로 호안을 긁어놓은 곳에도 녀석의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호안공사 현장이 수달이 서식처(집)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수달의 흔적은 또 이어졌습니다. 하류로 조금 더 이동하면 만나게 되는, 공사 구간 사이에 놓여 있는 작은 실개천의 바윗돌에도 녀석은 배설물을 남겼습니다. 이로써 공사가 진행되는 대부분의 구간이 녀석의 행동 반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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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공사를 하려고 포크레인으로 긁어놓은 하천 둔치. 이 일대가 수달의 서식처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나무와 바윗돌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나무가 있고, 큰 너럭 바윗돌이 놓인 이 공간에 수달의 집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여기는 철저히 파괴됐습니다. 앞서 공사를 하며 굴삭기로 이곳을 긁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긁은 뒤 이 일대에는 콘크리트 블록들이 놓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콘크리트 블록이 놓이는 순간, 이 일대는 더 이상 수달이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수달이 콘크리트 블록에 집을 지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하천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이들 야생의 존재에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구 북구청의 공사 강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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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간 사이 실개천 바윗돌에 남긴 수달 배설물. 이 일대가 모두 수달의 행동반경이자 서식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달과 삵 등 법정보호종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확실시되는 현장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경부에서 2021년 11월 공고한 '대구시 금호강 사수지역 체육시설조성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중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는 이 부분이 명확히 서술돼 있습니다. "공사 전 법정보호종의 서식 여부를 면밀히 재조사하고, 서식이 확인될 경우 전문가 자문 들을 통해 해당 종의 특성에 따른 적정 보호 대책 수립·실시 후 공사를 실시"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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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사수지역 체육시설조성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중(2쪽). 공사 전 법정보호종 조사를 실시하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

 
"공사 전 법정보호종의 서식여부 면밀히 재조사"할 것을 환경영향평가서 협의의견에서 이미 지적했음에도, 대구 북구청은 이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공했습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구청은 지난 1월 말 업체를 선정해 사후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공사 시작 전 해야할 일을 이제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환경영향평가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은 인근에 이미 비슷한 시설물이 많다며 하천이 아닌 대체부지에 시설을 마련할 것을 검토하라 요구했으나, 북구는 대체부지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래 위치에 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구청의 계획에 의하면 오는 2024년 7월 전 이 일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일대에 파크골프장이 예정대로 들어서게 된다면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수달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녀석이 이곳에서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평화롭게 살게 하기 위해서는 공사는 중지되어야 합니다. 인간들보다 녀석이 먼저 이곳에 자리잡고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단 녀석뿐이 아니라 고라니와 삵, 너구리 또한 이 일대를 집 삼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구청이 이 사업을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겠지만, 북구청은 아마 어떻게 해서든 공사를 진행하려 할 겁니다. 이미 착공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협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음 회에서 그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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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선명한 발자국과 영역 표시 흔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수달 #대구 북구청 #파크골프장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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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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