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성호
"논리적으로도 전혀 말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진은 20일 <오마이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 중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부분에는 법의 언어보다는 정치의 언어가 난무한다. 검찰이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사업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사건"으로 규정하고,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의 전형"이라고 평가하는 등 법리보다는 비난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용 면에서도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조차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의) 배임액수가 사천몇 억(원)이라는데, 그 계산도 어디에서 나왔는지 불분명하고, 쟁점이 많다"고 짚었다. 또 "도주 염려는 민주당의 당대표니까 어디 도망갈 데도 없는 분이고, 정성호 의원이 12월과 1월에 (이 대표 최측근) 김용·정진상씨를 만나 '흔들리지 마라' 했다는 것으로 증거인멸 정황을 (검찰이) 제시하는 건 너무 궁색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분위기를 '굳히기' 위해 이재명 대표는 요즘 분주하다. 그는 최근 몇 주 간 부지런히 '비명계'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17일에는 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만찬에도 얼굴을 비치며 "저는 0.5선이다. 초선 선배님들을 잘 모시겠다"고 너스레도 떨었고, 일부 의원들의 차기 총선 공천 우려에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반발할 비명계를 의식, 21일 의원총회에서 '총의만 모으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번은 넘기더라도..." 불안 높아지는 민주당
이대로면 27일 본회의 때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결해야 한다"면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체포동의안 찬성 의사를 밝힌 게 '방탄프레임'으로 더욱 들어가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은 넘기더라도, 결국 '우리가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현 체제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시키면 당 지지율은 떨어진다. 어차피 양 진영은 나뉘고 나머지 30% 정도가 어디로 가냐로 (선거 승패가) 결정 나는데, 계속 이렇게 가면 우리가 중도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총선에서 참패한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다들 체포동의안 자체는 굉장히 무겁게 보고 있다. 가결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영장 청구 대상이었던 성남시장 시절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 의혹 외에도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검찰이 추가로) 조사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또 오지 않겠나"라며 "이번 표결 후에도 후폭풍이 있을 텐데 이후 상황까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답답해했다.
실제로 여야 모두 검찰의 추가 영장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16일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고위관계자는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민주당에서 이 대표 방탄을 치면 치는 대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쪼개기 영장 청구는 훨씬 더 망신주기다. 제가 검찰에 묻고 싶은 것은 '그러면 쪼개기 영장 청구할 거냐?'"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가면 된다? 확신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