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바이든-날리면' 다시 꺼낸 김기현에... 이준석계 "확실한 자책골"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 재점화... 김기현의 1위 굳히기? 득일까 독일까

등록 2023.02.21 11:46수정 2023.02.21 11:51
5
원고료로 응원
"천하람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인가?"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김기현 후보 뭐지? 이거 자책골인데…." -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재차 꺼내 들고 나왔다. 김기현 후보는 20일 오후 MBN이 주관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제2차 TV토론회에서 천하람 후보를 공격할 목적으로 천 후보에게 질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현장에서 나오면서 발언한 게 순방 취재기자단 카메라에 잡혔고, 풀 취재를 통해 각 언론사에 공유된 해당 영상과 음성은 MBC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회가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 중 어디를 가리키는 말인지, 비속어는 사용을 했는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칭한 것인지 아닌지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결국 외교부는 사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MBC를 상대로 소송까지 낸 상황이다(관련 기사: 결국 법정으로...외교부, MBC '날리면' 보도 소송).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잦아들었던 여권의 대형 악재가, 집권 여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진 셈이다.

김기현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a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김기현 후보는 TV토론에서 천하람 후보를 향해 "MBC 편파 방송과 관련해서 묻는다"라며 "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기서 '바이든'이라고 말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지금도 그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김 후보는 이어 "천하람 후보만 바이든으로 계속 들었다고 하니까 제가 (다시) 들어봤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바이든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런데 청년을 대표한다는 천 후보께서,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공격해서 본인의 이름을 알리는 데 너무 급급해 팩트 확인에 충실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천하람 후보는 "저는 여전히 바이든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후보께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질문인데 오히려 먼저 주시니까 감사하다"라면서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라는 것은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지, 그 이후의 대통령실의 홍보수석이 했던 여러 발언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종합했을 때 바이든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며 "정치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게 어디 있겠느냐만, 절반이 넘는 국민께서 '바이든이 맞다'고 하고 계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 여당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대통령은 결코 오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날리면이라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과도하게 충성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당의 대표가 하는 말도 국민이 신뢰해 주지 않으신다면, 우리가 어떻게 개혁의 동력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인지도 관련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김기현 후보도 처음 시작하실 때 지지율 굉장히 낮지 않으셨느냐?"라고 받아쳤다. "이걸 어떻게 해서 장제원 의원의 힘을 빌려서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로 억지로 띄우고, 김장연대 가지고 부족해 보이니까 대통령실에서 총출동해서 윤심 논란 일으켜서 또 띄우고, 지금 이런 상황"이라며 "다른 사람의 덕을 보고 불공정한 전당대회 핵심에 계시는 분이 저한테 이런 식으로 공격하시는 거는 사리에 맞지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천하람 "'바이든, 날리면' 이슈 재점화, 확실한 자책골.... 전략적 사고 못하는 듯"
 
a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김 후보의 관련 발언의 여파는 다음날(21일)까지 이어졌다. 천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질문 받을 때 제 표정을 자세히 보시면, 제가 웃었다. 너무 잘 됐다"라며 "제 입장에서 '너무 잘 됐다'는 것도 있는데, '김기현 후보 뭐지? 이거 자책골인데 확실하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김 후보가) 요새 전략적인 사고를 못하시는 건가, 왜 이렇게 여유가 없으신 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라며 "(그렇게 물어도) 저는 '바이든'이라고 답할 게 이미 명확하다. 여러 차례 언론에서도 이미 밝혔고, 저한테 그걸 또 물어보는 거는 거의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만약에 '바이든, 날리면' 질문을 할 거라면 차라리 입장이 애매한 안철수 후보한테 해야 이게 의미가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 선출 룰이) 당원 100%라는 거에 너무 꽂혀 계시는 것 같다"라며 "내가 선명한 '날리면' 후보다라는 걸 어필하려는 취지이신 것 같은데, 이게 얼마나 큰 패착이냐 하면 '날리면'인 거 생각하시는 분도 꽤 되시겠지만, 당원들은 이 이슈가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원들 입장에 '바이든, 날리면' 이슈가 재점화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인데 지금 김기현 후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책골을 넣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통령실에 계시는 수많은 분들도 이 이슈가 재점화되는 걸 불편해하실 것 같다"라며 "어제 토론회 끝나고 김기현 후보가 전화를 받으셨을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용산 대통령실부터 여의도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리고 '친윤(윤석열 대통령)'계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는 김 후보가, 오히려 대통령실에 정치적 부담이 되는 주제를 되살렸다는 취지이다.

이준석 "내부총질 수준을 넘어서 수류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천하람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본인의 SNS에 "대통령실에서 언급 안 했으면 하고 있었지 싶은 '바이든', '날리면' 질문을 김기현 후보 측에서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대통령 탈당 및 신당 창당, 탄핵 발언, '바이든 날리면'까지 가히 김기현 후보 측의 설화 리스크라고 대통령실에서는 생각할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내부총질 수준을 넘어서 계속 수류탄을 핀 뽑고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있다"라며 "조금만 더하면 실수가 아니라 프래깅(fragging, 고의적 아군 살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조심 조심 또 조심"이라고도 지적했다.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표는 "김기현 후보가 나 홀로 불안에 떠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라며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갑자기 '바이든', '날리면'을 자기가 치고 들어온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원래 저희 기본 전략이 안철수 후보가 맨날 '그거 언제 물어보지'만 기다리게 만드는 전략이었는데, 실제로 저희가 안 후보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라며 "김기현 후보가 그게 (자신에) 유리한 질문이라고 판단했다면, 그것도 참 웃긴다"라고 이야기했다. "하도 분위기 안 좋으니까 '본인이 혹시 전향적인 답변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했다"라며 "(김기현 후보는) 그냥 멘붕인 거다"라고도 덧붙였다.

약간 실점하더라도 '1위 지키기' 전략? "가랑비에 옷 젖듯 실책 누적될 것"
 
a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기현 후보의 '바이든-날리면' 언급은 선두 후보 특유의 '지키는 전략' 일환으로 나온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약간의 실점을 하더라도, 천하람 후보의 상승세를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엄경영 소장은 "일종의 '지록위마' 시즌2"라며 "어차피 1위를 하고 있는 김 후보 입장에서는 본인이 윤심 후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천하람 후보는 명백하게 비윤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게 지금 구도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부연했다. "김기현 후보의 지난번 '대통령 탄핵' 언급 때도 역풍이 분 측면이 있지만, 지지층 결집 효과 역시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김 후보의 이번 언급이 치명적인 실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듯' 데미지는 누적될 것"이라며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이슈 자체가 여권에 좋지 않은 내용인데 굳이 환기시킬 필요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작은 실책들은, 실제 1:1 결선 투표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른다"라는 지적이었다.  
#김기현 #천하람 #이준석 #바이든 #날리면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