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8일 대구지법이 아사히글라스 측에 부과된 과태료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자 "아사히글라스 17억 8000만원 과태료 봐주기 재판! 니가 판사냐! 불량판사 OUT"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대구지법 청사에 붙었다.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파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아사히글라스(현 AGC화인테크노·이하 AGC) 원·하청 사용자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혐의 사건'은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는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원·하청 사용자에게 처음으로 1심 유죄가 선고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을 두고 대법원 판례는 물론 불법파견을 인정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2심(민사소송) 결과 등을 모두 무시한 자의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도 "판사가 사측 대리인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영화, 배석 문채영·김아영)는 지난 17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라노타케시 AGC 회장과 AGC, B 하청업체와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가 AGC 회장에게 징역 6월의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지 1년 6개월 만에 1심이 파기됐다.
핵심 쟁점은 '위장 도급' 여부였다. 파견법은 사업주들의 무분별한 간접고용을 막기 위해 제조업 생산공정에 대한 인력 파견을 금지한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하청업체에 업무를 외주화하는 도급 계약을 악용해, 외양은 도급계약이나 실제는 인력파견인 '위장 도급'으로 법을 우회해왔다. 도급업체는 원칙상 원청과 업무적으로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를 맺지 않는다. 즉 도급업체가 원청과 '상당한 지휘·명령 관계'를 맺고 있다면 위장도급이자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미 다른 민·형사 재판에서는 AGC의 불법파견을 여러 차례 인정했다. B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2심을 통해 자신들이 실질적으로는 원청 직원임을 확인받았다. 이들은 원청이 부당 해고기간 동안 자신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임금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승소하며 근로관계를 인정받았다.
이번 파견법 위반 혐의 1심에서도 30명이 넘는 증인이 출석하는 등 오랜 증거 조사가 이뤄졌다. 다른 민·형사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현장조사도 세 번이나 거쳤다. 고용노동부 수사 자료부터 원·하청 간 업무 관계가 자세하게 적힌 업무 지시서, 이메일 등 5000쪽 넘는 자료도 확보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2심 재판부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AGC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자파견 관계를 형성했다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원·하청이 맡은 업무는 서로 연동되지 않은 별개 공정이고, 하청업체 관리자가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으며 하청업체는 전문성과 기술성을 담보한 독립적 생산조직이라는 것이다.
이례적인 2심 재판부의 판단... 대법원 판례도 '무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