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활동가들이 국가정보원에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관으로부터 욕설, 총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확인서.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
허위자백 유도 중심의 국정원 수사는 여러 간첩 조작 사건들에서 확인됐다. 7년 간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누명을 쓰다 2020년 12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홍강철씨는 24시간 CCTV가 돌아가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독방에 감금돼 조사관 이외엔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생활을 6개월 간 하면서 '쓰레기 같은 새끼' 등의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
조사관이 생각한 대로 답하지 않으면 윽박이 돌아왔고, 이에 맞춘 진술서 작성을 강요당해 조사 당시 그가 쓴 진술서만 1000장이 넘었다. 국정원은 유우성씨 사건에선 아예 핵심 물증을 조작했고 '간첩이 맞다'는 진술을 만들기 위해 동생 유가려씨를 감금하고 폭행과 협박 등을 일삼아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
장 변호사는 "수사관이 피의자와 말을 섞어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건 수사기법"이라며 "검사가 티타임, 면담이라며 변호인 없이 피의자를 불러 회유나 공포심 조성 발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사례가 최근의 예다. 정씨는 변호인이 없을 때 검사가 면담을 하자며 불러 '변호사가 당신에게 도움되는지 잘 생각해라' '(나중에) 교도소 가서 강력범들과 같은 방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괜찮겠나'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조작·불법 쌓였는데... 언론 '종북몰이' 결탁 여전
- 검찰이 진술거부권을 보장한 사례는 없었나?
"2015년부터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다. 2019년 주한미대사관 담을 넘어 반미 시위를 한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니, 담당 검사가 조사의 실익과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석 통보를 취소한 적이 있다. 2015년께 '목사 간첩단 사건'에서도 검찰이 매일 출석 통보 관행을 중단한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알면서도 싹 무시하고 과거 부활시키는 거다. 윤석열 정권 공안정국 조성에 복무하기 위함이다."
- 수사 과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조작'이라고 보고 있는데.
"국보법 사건 증거는 불법이거나 날조된 경우가 많다. 한 탈북자가 '북한에서 저 사람 공작원으로 일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고 그대로 진실로 인정하는 게 맞나? 문건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안보상의 이유로 비밀이라고 하는데, 검증도 안 되는 걸 인정하는 게 맞나?
국정원 증거 조작은 유우성 사건에서 명백히 확인됐다. 불법 미행, 채증, 도청, 감청, 해외 공무원을 뇌물로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는 증거를 법원이 인정하는 게 맞나? 언론 보도 내용, 김정일·김정은 등에 대한 생일축하문 등을 이메일로 발송하는 게 대한민국 존립과 무슨 관계가 있나? 수많은 국보법 사건들이 이런 식이다. (파악한 사실관계들에 비춰) 이번 사건도 불법·날조라 본다."
장 변호사가 지적한 대표적 사건은 2016년 'PC방 간첩사건'이다. 증인 곽인수씨는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 사진 속 공작원 2명이 '각각 35년 전에 1년 간, 21년 전에 3개월 간 같이 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20~30년 전 기억을 토대로한 진술이라 신빙성이 의심됐지만 법원은 사실로 간주했다. 1995년 검거된 남파공작원 곽씨는 2008년부터 국정원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이로, 민변이 "공작원 관련 증언이 필요할 때 단골 출연하는 검찰 측 증인"이라고 지적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