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남소연
예상했던 부결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97표중 가 139표, 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서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27일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했지만 '압도적 부결'은 없었다. 국민의힘 114명,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은 물론 18명이 더 참여했다. 여기에 기권·무효까지 합하면 최대 38명의 민주당계 의원이 '단일대오'를 거부했다는 뜻이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이 대표는 "당내와 좀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듣겠다"는 말로 애써 난감함을 감췄다. 하지만 대표실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당 밖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최소 30표 이상 이탈했다"며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이탈의 폭이 상당히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다"며 "이 대표가 그동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인 것 등에 따른 불만이 나타났다"고 봤다.
엄 소장은 "다만 기권이나 무효로 표가 적절하게 분산됐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경고다. '구속은 막지만, 정말 많이 변하라'라는 의원들의 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거나 총선 전망이 더 어두워진다면 사법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지도체제 전환 요구 등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대표가 변하고, 당과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 대표 사퇴 후) 비대위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나"라고 했다.
30명 이상 이탈... "이재명을 향한 경고"
김민하 시사평론가도 "예상을 벗어났다"며 "무효, 기권 다 누가 찍었겠나. 심지어 민주당에서 찬성표(가)를 찍은 사람이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총선까지 간다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원하는 쪽으로 끌려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며 "그걸 안 하려면 여기서 끊어야 한다. 앞으로 무게 중심을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이,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나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사실 대표로 뽑힐 때도 다들 검찰 수사 상황을 알면서도 뽑았다"며 "그건 그런 (의제 중심의) 공간을 이재명의 정치가 어떻게든 만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금까지 그걸 못 보여줬다"며 "'민주당 뭐해?' 하면 검찰하고 싸우거나, 국회에서 밀어붙이거나 계속 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총선까지 이재명이 무엇을 내놓을까' 하는 면에서 상당히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