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겉표지.
아멜리에북스
음악 에세이 원고를 가지고 투고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출판사가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반려와 무관심이 이어지던 어느 날엔 "글이 참 좋네요"라는 답장을 보내준 한 출판사 대표의 메일을 보면서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 투고로 책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몇몇 출판사에서 호감을 보이고 미팅을 하고 때로는 계약서까지 오가기도 했지만, 음악에세이 원고는 책이 되질 못했다.
결국 1년 정도가 지나자 나는 200여 곳에 달하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난했던 출판사 투고의 과정을 소설로 풀어쓴 게 바로 첫 책 <작가님? 작가님!>이다. 첫 책을 발표한 이후로는 투고와 출판사의 연락을 통해 매년 책을 내게 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내면서 음악 에세이 원고는 컴퓨터 하드 안에 묻어두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통해 생각지도 출판사의 대표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요즘엔 어떤 글을 쓰고 있느냐고. 함께 작업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출판사의 호의에 선뜻 손잡을 수 없었던 데에는 내가 쓰는 글과 출판사의 결이 다르지 않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주로 에세이류의 글을 쓰는 나와 달리 생각지도 출판사에서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 위주의 책을 출간하고 있었다.
굳어있던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출판사 대표님의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출판을 하는 에디터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어릴 때의 문학소녀가 있지 않을까요."
며칠이 지나 대표님은 생각지도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 '아멜리에북스'를 론칭하였고, 나는 몇 년간 숨죽여 지내던 음악 에세이 원고를 다시 꺼내 쓸 수 있었다. 어쩌면 첫 책이 될 수도 있었던 원고는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섯 번째 책이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바로 그 음악 에세이.
책에는 총 마흔 꼭지의 글이 실렸다. 그리고 그 모든 꼭지에는 음악이 있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마치 불특정 한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는 것과 같다. 가볍고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때로는 도저히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음악은 그럴 때 나에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5년 전 원고를 새로이 꺼내, 다시 쓰고 고쳐 쓰면서 들었던 그 음악들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경 (지은이),
아멜리에북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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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서 중심 출판사가 왜 음악 에세이를 내자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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