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육아 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첫 아이를 출산한 기혼 여성이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둘째는 언제 낳냐는 것이다. 놀이터만 나가도 엄마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나 역시 수도 없는 둘째 질문을 받았다(받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고 소문난 세종시에 사는 나는, 이곳에서 아이 하나만 낳겠다는 부모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나를 제외하곤 말이다. 단지 내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한 엄마도 둘째를 가지려 애쓰는 중이다.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다른 엄마도 얼마 전에 인공수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들 둘째 만들기에 열심이다. 나만 빼고.
내가 둘째 낳기를 포기한 까닭은 남편 때문이 크다. 남편이 둘째를 원하지 않냐고? 그 반대다. 남편은 둘도 셋도 낳고 싶어 한다. 싫다고 학을 떼는 것은 나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정시 퇴근해서, 아니 때론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는 아빠들을 자주 본다. 주말에도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와 노는 아빠들이 많다. 체감상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은 것이 이 도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다둥이 가정이 많다. 둘째는 흔하고 셋째, 넷째도 드물지 않게 본다.
안타깝게도 우리집 가장은 그렇지 못하다. 밥먹듯이 야근을 하며 주말에도 출근할 때가 많다. 남편 덕분에 나는 주말부부와 같은 독박육아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는 것은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남편이 정시퇴근하면 둘째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도 쉽지 않다. 수도권에서 맞벌이를 하는 동갑내기 친구도 둘째를 접었다. 친구의 남편은 비교적 자유롭게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지만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온 집안이 비상이라고 했다.
남편과 교대해 가며 연차를 쓰고 그조차도 안될 땐 한 시간 거리 사는 부모님을 모셔와야만 한다며 둘째는 지금 상황에서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안 하고 살 수도 없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전세 가격이 몇 년 사이 두 배가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전업주부에 가까운 삶을 살지만, 누군가의 엄마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나도 맞벌이를 준비중이다. 이런 저런 일을 시도하면서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둘째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부모님이 혼자 크면 외롭다는 말을 무기로 설득할 때마다, 아이가 심심하다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득문득 이야기할 때마다 생각한다. 아이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나의 인생도 중요하다고.
그럼에도 고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아이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혼자라 나중에 외로워하면 어쩌지? 혹시나 우리 부부가 잘못되면 세상에 홀로 남을 아이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선배들이 했던 조언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3, 4살 때가 제일 예쁜데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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