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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망국신... 군주가 이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가능성 없어"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서 윤핵관 신랄 비판... 김종인 "보수 정치인들 일독" 추천사

등록 2023.03.05 09:18수정 2023.03.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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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망국신(亡國臣·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라는 뜻), 지금 이 시대에 떠오르는 하나의 집단이 있다. 군주가 이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 측근 그룹을 신랄히 비판했다.

책은 6일 출간된다. 추천사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썼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진행돼온 한국 정치의 실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보수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했다.

3·9 대선 회고하며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 부족"

이 전 대표는 우선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부족했다며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과정을 복기했다.

그는 "(후보와)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 득표는 덜했겠지만 직접 소통이 가능했을 것이고, 오해나 억측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내가 후보와 다른 동선 위주로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을 가능성도 높다"며 "특히 후보는 지지세가 강한 편인 영남 지역을 도는 일정을 좋아했다. 공직선거를 처음 뛰어보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환호해주는 군중이 많고 반응이 좋은 지역에 가면 힘을 얻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하의 참소와 모함으로 군주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역사적 사례들을 열거하며 "대놓고 거짓 정보와 음해가 난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지도자가 그런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당내 윤핵관들도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역사를 보면 신하가 타인에 대한 참소와 모함을 일삼아 군주에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중국 한나라 말기 학자 유향의 '육사신'(六死臣)을 소개했다.

육사신 중에서도 '머릿수만 채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들이, 누군가를 해하고, 참소하면서, 아첨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사적인 패거리를 만든다'는 다섯 가지 해로운 유형을 모두 겸비한 신하가 여섯 번째 '망국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에 떠오르는 하나의 집단", "이러한 자질을 고루 갖춘 그들" 등이라고 언급하며 "망국신이 되지 않으려면 군주가 이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윤핵관에 대한 비판은 책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난 뒤 소위 윤핵관을 중심으로 세대포위론이 실패했다는 등 정치적 공세가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일군의 무리'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정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놨다. 애초에 권력욕밖에 없었다"며 선거백서가 작성되지 않은 책임이 윤핵관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나약한 위치에 선 여당 초선들... 연판장, 총선서 따져 물어야"

당내 초선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강한 어조로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보여준 양태는 매우 실망스러웠고, 당 대표를 쫓아내기 위해서,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을 소거법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꺼내든 연판장이라는 방식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고 전근대적이었다"고 썼다.

자신이 당 대표로 있던 지난해 7월 비대위 전환 요구 성명이나, 최근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경원 전 의원 비판 성명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 연판장에 이름을 쓴 것이 어떤 이유에서 진행되었는지 시민들은 꼭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당 공천이라는 것은 권력자가 좌지우지하기 위해 흔들어대는 순간 당에 혼란이 오고 현역들은 굴종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도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천 방식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스스로를 나약한 초선의 위치에 세워놓고 3년을 보냈다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체리따봉 사태에 "데이터센터 산업 강화"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보수정당의 미래·정책비전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도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동시에 드러냈다.

부산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윤 대통령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가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던 '체리따봉'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당의 원내대표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는 (대통령이) 보편화된 다른 방법들, 즉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썼다.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불거진 '바이든-날리면' 논쟁과 관련한 정치권의 언론관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모두 육성으로 똑똑히 들은 '바이든'을 가지고 고소·고발과 진영 간의 패싸움을 일으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며 "정당의 언론정책이 언론 길들이기여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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