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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오리' 위협 논란에... 마라도 떠난 길고양이들

천연기념물 보호 위해... 길고양이 40여 마리가 구조돼 제주 본섬으로 이동

등록 2023.03.06 12:10수정 2023.03.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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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획된 길고양이들이 마라도를 떠나 제주 본섬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모습
포획된 길고양이들이 마라도를 떠나 제주 본섬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모습세계자연유산본부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사는 길고양이들 40여 마리가 구조돼 제주 본섬으로 이동됐다.

고양이들이 마라도를 떠난 이유는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 등을 위협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동안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안락사를 시키는 등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맞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단적인 방법 이전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제주도는 길고양이들을 제주 본섬으로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아래 전길연)과 제주지역 '혼디도랑',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등이 마라도에서 길고양이 구조를 시작했다.

이틀 동안 포획된 길고양이는 42마리, 이송된 고양이들은 세계자연유산센터 야외에 마련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생태계 보전 vs. 들고양이와 분리
 
  2월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 뿔쇠오리들이 번식을 위해 마라도로 날아들고 있다
2월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 뿔쇠오리들이 번식을 위해 마라도로 날아들고 있다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도가 추정하는 마라도 길고양이는 60~70여 마리이다. 마라도 길고양이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혔다.

뿔쇠오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만 남은 희귀종이다. 지난달 24일에는 뿔쇠오리 4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마라도에 길고양이 급여대를 설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체는 고양이 포획 및 보호를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라며 항변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마을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와 야생에 사는 들고양이를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야생동물 및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는 포획이 가능하다. 황소개구리와 뉴트리아 등 생태계 교란종을 살처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제주도가 마라도 길고양이를 포획해 세계자연유산본부에 마련된 보호시설로 이송하면서 천연기념물과 길고양이 모두 공존하게 됐다.

책임 대신 방치되는 동물들
 
 세계자연유산본부 야외에 마련된 마라도 길고양이 보호 시설
세계자연유산본부 야외에 마련된 마라도 길고양이 보호 시설세계자연유산본부
  
마라도 길고양이들이 반출되면서 당장 길고양이들의 안락사는 없게 됐다. 그러나 이 방법이 최선인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남았다.

실제로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여전히 길고양이 반출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세계자연유산본부에 마련된 보호시설의 유지와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입양이다. 하지만 2021년 제주도 유기동물의 입양률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안락사율은 51%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다.

제주도는 마당에 풀어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많다. 일명 '마당개'이다. 대부분 중성화 수술도 받지 않는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등록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마당개들은 집을 떠나 들개로 살면서 가축을 공격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탓에 어린 개체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인간이 안일하게 동물을 키워 재앙을 일으켰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동물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은 사육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사육에는 '책임'이 동반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에는 책임을 지기보다 방치하는 도민들이 많다. 이런 무책임함이 지금의 논란과 현실을 만들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됩니다.
#마라도 #길고양이 #뿔쇠오리 #들고양이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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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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