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지난 3일 대통령실은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와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실이 기자를 직접 고발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톺아봐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관저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가 "허위사실을 공표해 김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당했다. 국민의힘 측 인사가 직접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기자는 지난해 9월 5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 7일에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오보를 냈던 KBS 기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이 유시민 작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종편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였는데 이는 오보였고, KBS도 공식 사과했던 건이었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검은 2년여간 수사 끝에 이를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관련기사 : "기자 2년간 수사하고 기소, 고소인 한동훈 아니라면 가능했겠나" https://omn.kr/229jd)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윤 대통령의 순방 발언을 왜곡 보도해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사장과 기자 등을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접수돼 있다.
탐사보도매체인 <뉴스타파>의 경우 직접 고발이 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참고인 신분 등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2일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모자로 볼 수 있는 주요 녹취를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평을 냈는데 대통령실은 김 의원을 고발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쥴리 의혹,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한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더탐사>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더탐사> 사무실과 소속 기자들의 휴대전화 및 자택 등에 15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를 상대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물론 과거에도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한겨레>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현장 사진이 연출됐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청와대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보도했을 때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고소·고발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에도 청와대가 직접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보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