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서빙해 준 해물 파전. 뜨겁고 무거운 음식도 잘 가져다주긴 하지만.
최은경
하지만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는 아직 로봇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로봇 서버가 음식을 서빙 하는 식당에 갔다. 로봇 서버가 서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간 건 아니고, 맛집이라기에 갔는데, 가서 보니 주문도 태블릿으로 직접 하고, 음식도 로봇이 가져다 주었다.
단무지나 김치 등의 기본 찬을 요청할 때는 따로 사람 서버를 불러야 했다. 뜨겁고 무거운 음식 그릇을 사람이 나르다가 데이거나 다치는 사고도 일어나기 때문에 분명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다(물론 로봇 서버에게 일자리 자체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갈수록 그리워지는 사람 냄새
식당 사장님 입장에서는 로봇 서버를 들이면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인건비도 줄이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나오거나 그만두는 일 없는 로봇 서버가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님 입장이 되어 보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람 서버에게라면 메뉴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고, 반찬 리필이나 물을 더 달라고 하는 등의 요청을 편하게 할 수 있을 터인데... 로봇은 말이 안 통하니 답답했다.
게다가 로봇 서버를 쓰면서 인력을 줄여서인지 불러도 올 사람이 적은 것도 문제였다. 서빙은 로봇이 도와주지만 손님들의 자잘한 요구 사항은 서버 한 명이 동분서주하면서 처리하는지라 간단한 요청은 미안해서 말을 삼키기도 했다.
챗GPT가 등장해서 글짓기도 해주고 코딩도 해주고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대답도 해주는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식당만큼은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좋다.
"이모~" 혹은 "사장님~"을 불러서 메뉴 주문도 하고, 단골집이라면 "날씨가 어떻니, 요즘 경제가 어떻니"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때로는 주고 받으면서 "와, 오늘은 진짜 국물이 끝내주네요!"라거나 "서비스로 만두 두 개 더 넣었어~"라는 말이 오가는 그런 식당 말이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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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으로 주문 받고 로봇이 서빙... 저만 답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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