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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70여분 만에 나온 10억 발언, 유동규 날짜 특정 못했다

[현장] 김용 정치자금법 등 위반 3차 공판... 유동규 '변심 진술'의 신빙성은?

등록 2023.03.14 18:59수정 2023.03.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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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김 전 부원장은 변호사들과 함께 피고인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뒤쪽 좌석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앉아 있었다. 김 부원장의 뒤통수가 보이는 자리다. 그런 두 사람 옆얼굴이 모두 보이는 위치에는 남욱 변호사가 있었다. 법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좌석에서 공판 시작을 기다리며 그는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얼굴은 확실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이들 세 사람 입장은 확연하게 다르다. 남 변호사는 돈을 준 사람이다. 그가 네 차례에 걸쳐 제공한 불법 정치자금 총액이 8억4700만 원이고, 그 중 세 차례에 걸쳐 6억 원이 정민용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나머지 2억4700만원은 유 전 본부장까지만 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입장이 엇갈린다. 유 전 본부장은 6억 원을 전달했다고 하고, 김 전 부원장은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들 돈이 오간 정확한 날짜나 시간이 안 나타난다. 2021년 4월경, 2021년 6월 초순경, 2021년 6월경, 2021년 8월 초순경, 이런 식이다.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이 핵심이다. 그래서, 14일 공판은 두 사람 얼굴이 더 굳어 있을 만한 날이었다. 김 전 부원장 측이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하는 날이었다.

"이재명 잘못되면 분신자살... 그랬던 증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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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전 9시 59분, 조병구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와 배석판사들이 재판정에 들어왔다. 유 전 본부장이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측 심문이 시작됐다. 몇 차례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나온 첫 질문은 유 전 본부장의 심경 변화가 왜 생겼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서 '감시' 목적으로 이른바 '(자신에게는) 가짜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며 이렇게 답했다. 

"계속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다. 변호사들을 보내줬는데 저를 위한 변호사가 아닌 것 같았다. 조금씩 의심하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설마' 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와중에 김문기씨 사건이라든지 이재명씨의 여러 행동을 보면서 허물어져갔다. 사실 전OO씨 같은 경우도 저와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여러 상황이 복합된 것이지, 단순히 변호사 관련 문제만으로 심경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내용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내가 그 안(구치소)에서 나오지 말고 그 안에서 유지되길 바라는 것 같은 행동과 상황들로 인해 나를 기만하고 능멸한다고 느꼈다"는 등의 말은 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행동이나 상황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지목한 '가짜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 선임 신고서'를 제시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22년 10월 4일 서명한 신고서였다. 이어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해당 변호사가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당사자 동의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이 밝힌 변심의 이유와 부합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선임료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변호사 선임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앞서 공판에서 나온 유 전 본부장 신문 내용을 언급하며 이렇게 물었다.

- 증인은 이재명 대표가 잘못되면 광화문에서 분신자살할 생각이 있었고, 10년 동안 세뇌당하며 살았다고 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다른 일도 아니고 '나를 위한 변호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변심했다는 건가.

"하나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감옥에 있을 때 여러 사건이 있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발언들이 있었고, 저에 대한 논평이나 김문기씨에 대한 것들, 저는 내팽개쳐지는 건 좋다. (하지만) 변호사 등이 저를 위하지 않았던 것들이 심증적으로 계속 쌓였던 상황이다. 여러 가지가 복합됐다는 것이다... (중략) 내가 필요할 때는 변호사가 오지 않았다. 접견도 안 왔다. TV에 대장동 이재명 관련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문제가 있다는 방송이 나오면 그때 오더라. 처음에는 그런 패턴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렇더라. 교도관한테도 얘기했다. 오늘 오겠네, 김○○ 변호사가."

공판 70여 분... 김용이 유동규 응시했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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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자료사진). ⓒ 경기도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들의 신문은 유 전 본부장이 마음을 바꿨다고 스스로 밝힌 상황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먼저, 변호인들은 2022년 8월 31일 구치소에 있던 유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 그리고 김만배씨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는 점을 먼저 환기시키면서 당시 검찰이 위례 사업에 대해 무엇을 물어봤는지 확인했다. 위례 사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가 유 전 본부장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 위례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봤나.

"세부적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 어떤 걸 물어보던가.

"위례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런 과정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물어봤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2022년 9월 22일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면서, 같은 날 남 변호사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갑자기 이날부터 (남 변호사가) 진술을 바꿨다"고 밝혔다.

듣고 있던 남 변호사가 미소를 짓는 가운데, 변호인들 질문이 이어졌다. "당시 검사들 사이에서 남 변호사 이야기 정보가 공유됐을 것인데 '남 변호사가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이야기를 검사한테 들은 적 없느냐"는 것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 기사] 남욱·유동규의 변심, '위례 수사' 이후 시작됐나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신문은 그로부터 나흘 후로 옮겨갔다. 2022년 9월 26일, 앞서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 스스로 변심 날짜로 지목했던 날이다. 변호인들은 검찰의 '수사과정확인서'를 근거로 "유 전 본부장이 당일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오후 2시 30분에 조사가 시작됐다"며 "오전에 검사가 면담을 통해 설득하고 실체적 진실 밝히겠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장시간 이뤄진 검사 면담으로 심경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변호사 없이 몇 차례 걸쳐 조사를 받았고 심적 갈등이 있었다"며 진술서 분량을 묻자 "한 장 또는 두 장 정도"라고 했다. 

- 그 내용은 무엇인가.

"지금 재판 받고 있는 이 내용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기억한다."

- 김용 전 부원장한테 돈 줬다고? 자세하게 말해달라.

"김용이 저한테 10억 정도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남욱 측이 요구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앞서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안양시 박달동 개발사업 관련 군부대 탄약고 이전과 부동산신탁회사 설립 등에 대한 도움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기자 주) 그걸 들어주기로 김용한테 얘기하고 돈을 전달한 적 있다는 취지로 썼던 것 같다."

그 때, 김 전 부원장이 고개를 들고 유 전 본부장을 응시했다. 앞서 신문 과정에서 그의 시선은 주로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까지 김 전 부원장은 변호인과 잠시 귓속말을 나누거나 책상 위에 있는 공판 관련 기록을 살피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공판이 시작되고 70여 분 만에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유동규 "지금의 김용 없었을 것"... 그러자 나온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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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진 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을 민관개발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성남시의회를 통과하는데 당시 시의원이었던 김 전 부원장 역할이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서 "다른 민주당 시의원들처럼 했다면 지금의 김용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당시 시의원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크게 관심 없고 피동적인 사람들의 호응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낸 것"이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답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용 전 부원장이 당시 초선 시의원이고 (민주당 측) 간사이기 때문에 본인이 맡아서 한 업무라는 것이지 다른 시의원들보다 특별히 부정한 일을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란 것이 변호인 측 질문인 것 같다"며 재차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때도 윤창근 당 대표(당시 성남시의회 민주통합당 대표)를 설득했을 뿐 아니라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대표를 다시 의장으로 만들어서 우리 쪽에 합세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당시 윤 대표를 저하고 같이 노래방에서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이 유 전 본부장에게 물었다. 

- 시의회 간사 누가 맡는지는 알고 있나.

"잘 모른다."

- 시의회 간사는 총무 같은 역할이다. 초선이 하는 걸로 아는데?

"그냥 간사인가 보다 그랬었다. 그게 누구든 간에 이재명과 가장 가까운 의원이 김용이었다. 당시 (시의회) 민주당이 '이재명파 김태년파' 갈렸는데 나는 그런 부분이 더 관심 있었다."

이와 같은 유 전 본부장 답변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신빙성, 믿어서 근거나 증거로 삼을 수 있느냐는 뜻이다. 앞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집요하게 따져 물었던 것 역시 그것이었다. 9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2022년 9월 26일 마음을 바꿨다고 하는데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뭔지 정확히 기억하는 부분을 말해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시점 등이 모두 정확히 특정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 사건을 성립하게 만든 결정적 진술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은 재판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유 전 본부장의 그 '결정적 진술'이 나온 날짜를 두고서도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2022년 9월 26일자 유 전 본부장의 진술서를 검찰 측에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내용의 진술이 담겨있는 2022년 10월 8일자 진술서만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검찰 측은 "9월 26일자 진술서는 대장동(내용)"이라며 "유동규가 착각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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