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에 새로 건설되고 있는 건물
이현우
경관뿐인가.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토지 대비 공간이 늘어난다 한들 지속적으로 사람이 그 공간을 운영하고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일단 건축물을 높이 지으면 부수기도 어렵다. 과연 부산 해안가 주변에 새롭게 지어지는 고층 빌딩은 지속 가능할까?
둘째, 경제 순환 문제다. 해양자원을 통한 수익이 부산 시민들에게 얼마나 돌아올까? 해안가 인근 고층 건축물은 외부 자원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고층 건축물에서 발생한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책 <부산에 살지만>에 따르면 관광특구로 정해진 해운대는 원래 주민들이 이주하고 외지인이 토지 소유주가 됐다고 한다. 해운대, 광안리, 수영구 일대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이 증가함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자율성을 상실하고 외부 힘이 아니고서는 성장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도시를 '식민도시'로 표현했다.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도 책 <지방 식민지 독립 선언>에서 한 국가 내에서 극심한 지역 간 불평등의 형식이 존재하는 개념을 '내부 식민지'라는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한 국가 내에서 중심부의 주변부에 대한 착취는 중남미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34p
지역 외부 자본의 수익은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돌아올까?
외부 자원을 끌어들여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방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유치로 인한 지방세수 증대효과'라는 연구에서 하이트맥주 홍천공장의 조세 납부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방세는 전체 납부세액의 0.22%에 불과했다. 널리 알려진 순창 고추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매출액과 생산성은 증대되었지만 이 비해 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어떨까? 한국지방세연구원 최진섭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가 GRDP(지역내총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지방세 수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으로서 실증 증거로 삼기에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즉 지역 생산량은 증가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자체로 들어오는 세금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세금 감면 혜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GRDP 증가로 인한 수익은 어느 주머니로 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부산의 모습은 내부 식민지를 넘어 식민도시로 향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향은 부산시 기업 및 투자 유치 촉진 조례의 내용을 통해서 다시 한번 증명된다. 외국인 투자기업에게 지방세 감면, 부동산 임대 지원, 투자보조금 지원, 현금 지원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촉진해 해양경관을 관광자원화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뱃머리 방향을 바꿀 의지도 없어 보인다. 물론 이미 지어버린 건축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잠시 멈춰 방향을 조정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항구와 조화로운 풍경 때문에 낮아도 아름다운 '밀락더마켓'
앞서 지적한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묘안이 필요한 상황. 고층 건축물이 경관을 해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되며 아름다운 경관의 조망권을 사유화돼서도 안 된다. 또한 해양자원으로 수익이 발생한다면 지역 기업이 거두고 그 수익의 일부는 다시 지방세를 통해 부산시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