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

등록 2023.03.17 10:19수정 2023.03.17 10:20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3월 1일은 104주년 삼일절 기념일이었다. 1910년 한일합병조약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무단통치로 우리 겨레를 핍박해 온 일본 군국주의에 우리 민족이, 민중들이 처음으로 다함께 목소리를 내었던 날이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비록 보잘것없고 가진 것 없는 평범한 민중이었을지언정, 그날 하나가 되어 외쳤던 대한독립의 처절한 함성소리는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땅에 남아 우리 조국의 뼈대가 되고 피가 되어 우리 몸속을 흐르고 있다. 

여느 해처럼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았다. 나는 매년 3.2일이 첫 출근일이라 3.1일에는 보통 오전, 오후 내내 수업준비를 하면서 삼일절 기념식을 시청하곤 하는데, 대통령님의 연설 중 몇 구절이 가슴속에 깊이 박혔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또 어느 정당의 대표는 이러한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요즘 '더 글로리'라는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달리, 요즘은 폭력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용서받을 수 없는 잔인한 행위인지 우리 모두는 안다. 


삼일절날 우리나라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를 말했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용서와 화해는 피해자가 구걸해서 받아내는 것이 아닌, 가해자의 진심어린 용서와 참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며칠 가지 않아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정부 정책이 발표되었다.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되었던 우리나라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나라 피해자들에게 대신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피해자가 위로도, 배상도 셀프로 하는, 가해자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만한 상황들이다. 침략당한 것도, 식민지가 되어 국민들이 끌려가 고통받은 것도 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였다는 자기 고백. 참으로 한숨이 나오는 현 세태이다. 

삼일절에는 세종시에서 한 목사가 자기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어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찾아가서 다른 날도 아니고 삼일절에 일장기를 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 묻는데, 목사의 대답이 압권이다. 

'유관순이 실존인물이 맞느냐?', '내가 내 집에 히노마루(일장기)를 다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 '일장기를 게양한 것은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를 되새기자는 의미였다.' 

법을 좋아하시는 듯한 그 목사님께 이 한 구절을 읽어 드리고 싶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나라의 '헌법' 전문이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도신문은 1990년 9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참 언론을 갈망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창간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사훈을 창간정신으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길을 걷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