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배다리 헌책방 거리 중심을 이루는 삼거리.
이영천
잘 지켜낸 이름에 모든 게 담겨있다. 곧고 질긴 생명력을 발산하는 공간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나라와 땅은 물론 모든 걸 앗기어도 혼과 얼만은 내어줄 수 없다는 굳은 저항정신과 신념이 엿보인다.
제물포에서 쫓겨난 조선인이 주안 갯골 남쪽에 정착했다. 지금의 화수, 송현, 송림동이다. 금곡, 창영동의 배다리도 그중 하나다. 황해도와 충청도에서 바다 건너 인천으로 몰려온다.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제가 만들어낸 유랑민이다. 인구가 늘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옥이 산꼭대기까지 점령해 나간다. 수도국산을 빙 둘러싸고 생겨난 달동네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 반가운 건, 공간이 새살 돋듯 변화하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헌책방을 중심으로 술 빚던 양조장에서 문화가 주조되고 있으며, 오랜 여관 골목이 마을 카페와 정원 등 문화공간이 되었다. 예술가들이 찾아들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