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의 업무 능력의 한계는 사람들의 편견이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정신질환자니까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요. 이런 고정관념이 정신질환자의 노동을 거부하는 악습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Nadine Shaabana
정신질환자인 저는 일을 하면서 정신질환이 저를 규정짓고 제 행동의 한계를 만드는 듯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는 조현정동장애를 가졌으니까 당연히 승진할 수 없다는 말 같은 거요. 동정 섞인 비하의 말들도 끔찍하게 싫었고요. 정신질환자인 저를 고용하고 인내하는 회사가 너그럽고 착하다는 건 말 같지도 않은 말이죠.
그래서 듣기 싫은 말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이 인정할 정도로 열심히 업무에 임했어요. 운이 좋게도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제게 정규직 계약 제안을 했습니다. 계약직 계약을 11개월 단위로 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계약서로 계약해 연장 고용을 하는 기업들의 꼼수가 만연한 현실에서 정말 잘 된 일이었죠.
당연히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관리직으로 승진하면서 일거리와 책임이 늘었죠. 힘들었지만 얼마 없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 일에 더 집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했어요. 하지만 점차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잠을 두 시간에 한 번씩 깨고, 신경성 방광염이 생겨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일상이 이어지니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결국 저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걸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정규직을 포기하고 계약직 계약 기간이 끝나 퇴사하자 우울감에 휩싸였습니다. 제가 정신질환자라는 한계를 가졌기 때문에, 그 한계를 무시하고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매일 들었습니다. 하지만 쉬면서 몸 건강을 챙기다 보니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는 환경적으로 열약했고, 관리직 직원도 많지 않아서 자연적으로 제가 맡은 일의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수인계를 해 줄 사수도 없었고 처음부터 전부 맨땅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하나하나 일을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즉,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일을 해도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 환경이었던 거죠.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뼈 아픈 실패를 겪고 나서 정신질환자로서 저의 정신과 몸 상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사회인으로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정신질환자라고 쉽게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씁쓸했어요.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일을 엉망진창으로 하거나 업무 효율이 무조건 평균보다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입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원이 회사에서 상정하는 '비질환자'의 업무 수행 능력에 맞추어 업무를 수행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질환자'의 기준부터 정확하지 않고 애매해요. 한 사람이 살면서 어떤 질환도 앓았던 적이 없거나, 앓았다고 해도 완벽히 전과 같은 업무 수행 능력을 가지기란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널리 퍼진 시대에 여전히 '비질환자'를 기준으로 업무 목표를 정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온 힘을 다해서 일하고 있는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