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남자
픽사베이
큰 마음을 먹고 또다시 이직을 했다. 세 번째 직장이었다. 이직하고 적응에 힘겨워하던 어느날 전 직장 동료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다. 의아했지만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메일을 열었다. 하지만 수신인은 내가 아니었다.
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한 편의 에세이였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오랜만에 소식이라 한 줄 한 줄 읽어나갔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실망감은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따뜻한 글 한 편으로 내 하루의 고단함은 충분히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글 한 편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깨달을 수 있는 날이었다.
번아웃! 탈출구가 필요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일상에 너무 지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무기력감이 들 때가 온다. 말 그대로 번아웃 증후군! 몇 년 전 내가 그랬다. 수년간을 잘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업무 성과도, 개인적인 성장도 멈춘 것 같았다. 수렁에 빠진 듯이 끝이 없었다. 모든 일이 꼬여갔다. 안 되려니 벗어나려 애써도 계속 헤어나오지 못했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었다. 말 그대로 번아웃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과거 동료가 보내줬던 뉴스레터가 생각났다. '마음을 담은 편지!' 과거 글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위로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큰 위로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한 비상구였다. 한 통의 위로가 되는 편지가 간절했고, 그 편지를 직접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쓰고 싶었고, 써야만 했다.
당장은 어딘가 내 얘길 쏟아내고 싶었고, 그 얘길 읽은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싶었다.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했지만 막상 처음 접한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용기가 생겼다. 어떻게 써야 할까 막연한 마음이었지만 막상 써보니 써지는 게 글이었다. 잘 쓰고, 못 쓰고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쓰고 싶었고, 그렇게 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처음은 미약했다. 글 하나를 쓰는데 여러 날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발행한 글 숫자도, 조회수도, 공감수도 모두 초라했다. 하지만 꾸준하니 조금씩은 변화가 생겼다. 여러 날을 반복하며 습관처럼 글을 쓰니 글 한편을 써나가는데 드는 시간이 줄기 시작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 주니 글 쓰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졌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야지', '내일은 또 어떤 글을 써볼까' 하고 글 쓸 즐거움에 마음이 분주했다.
쏟아지는 글 소재에 메모만 해도 한 가득이었다. 썼던 글을 읽으며 혼자 킥킥대고, 내 글에 스스로가 위로받을 때도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이유로 퇴근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작게는 몇 줄, 많게는 글 하나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되어갔다. 글쓰기에 진심이 되면서 발행되는 글 수도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