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에게 매일 알림장을 공책에 손글씨로 쓰게 한다.
최은경
교실 이야기는 그날 우리반 교실에서 이루어진 교육 활동과 교사로서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자세히 적은 것이다. 주간학습안내를 통해 그주에 배우게 되는 과목과 학습주제가 미리 안내되긴 하나 알림장에는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익혔는지, 수업을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학교에서 지도하였으나 가정에서도 좀 더 살펴주시면 좋을 것 같은 내용 등을 쓴다.
이런 알림장을 쓰게 된 건 내 아이의 2학년 때 담임선생님 영향이 크다. 올해 4학년인 아이는 2학년 시절을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며 행복하게 기억하는데 부모인 나 또한 그렇다. 선생님께서는 매일 다정한 어투로 수업일지 같은 알림장을 써서 학부모에게 보내주셨다.
2학년은 아직 어리다 보니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도 마음이 좀처럼 놓이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걱정되고,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날마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시니 아이의 학교생활이 눈에 보이듯 그려졌다. 한결 안심이 되고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굳건해졌다.
또한 알림장 덕분에 아이와의 대화가 더 풍부해지기도 했다. 전에는 아이에게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으면 "좋았어요"라고 단답형으로 말해버려 짧은 대화로 끝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교실 이야기가 담긴 알림장을 읽고 나면 콕 집어 질문을 할 수 있었고, 아이는 쉽게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 봄 시간에 라켓과 공 가지고 꿈 띄우기 활동했다면서, 어땠어?"
"좀 어렵긴 했는데 재밌었어요. 공을 머리보다 위까지 띄어야 하거든요. 전 10번까지 성공했어요."
"우와. 잘했다! 선생님이 재밌는 수업 준비해주셨네."
"선생님도 같이 도전했어요. 우리 꿈 응원한다고. 27번이나 하셨어요!"
선생님의 알림장이 좋았던 이유는 또 있다. 나는 워킹맘으로 늘 바쁘고 정신이 없어 아이를 잘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림장에 적어주시는 조언이나 강조사항을 중심에 두고 그것만이라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했더니 아이의 생활 태도나 학습 습관에 큰 도움을 받았다.
나도 교사이긴 하나 담임선생님만큼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전문가는 없다. 선생님의 꼼꼼한 알림장이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을 긴밀하게 연결해주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많았으나 내가 교사로서 실행에 옮기기엔 망설여졌다.
우선 내 수업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매일 다른 누구도 아닌 학부모에게 짧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수업 준비, 과제 검사, 업무 처리, 회의 참석 등 매일 아침 적는 투두리스트(To Do List)의 번호가 열 개도 넘는데 이것까지 하게 되면 너무 버거워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해보기로 했다. 이건 분명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거라 믿었기에. 막상 해보니 역시 쉽지 않다. 그날 수업한 내용을 천천히 복기하며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데 학부모에게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알려드리면 좋을지를 감이 잡히질 않아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알림장 하나를 쓰는데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