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낫고 싶어 뭐든지 하는 중이다. 욕심 내어 1kg이나 사버린 소염제 연고.
이지은
축구 인생을 가다듬고 삶을 재정비하기 위해 팀을 나와 당분간 재활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주 3회 한의원에 출근 도장을 찍고, 안티푸라민이라는 소염제 연고로 수시로 다리를 마사지해주며 염증을 제거한다. 다 나을 때까지 축구는커녕 헬스, 걷기 운동까지 일체 그만두었다.
한의원에서 그러는데, 스트레칭도 폼롤러도 다 안 좋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낫겠답시고 뭔가를 열심히 하려다가 더 나빠져 온다고. 그래서 밥만 많이 먹는 중이다. 고기든 밥이든 눈앞에 있으면 계속 입안으로 넣는다. 먹어야 체력이 생기고, 그래야 부상도 빨리 회복되지 않을까 싶어서. 덕분에 얼굴이 통통해졌다.
좋은 대안이 생겼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축구 실력이 순식간에 사라질까 봐. 지난 한 달간 자꾸만 머릿속에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산왕과의 경기에서 등을 다치는 부상을 당했을 때 한나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 아인 불과 4개월 만에 놀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쌓았어. (...) 만일 치료와 복귀에 시간이 걸린다면, 플레이를 오랜 시간 동안 하지 못한다면 배운 것을 잃어가는 것도 빠를 거야. 이 4개월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강백호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지난 1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나의 1년이 꿈처럼 사라지면 어쩌지? 나 이대로 시나브로 은퇴하게 되면 어떻게 해? 5060 언니들 사이에서 재롱도 못 부려보고 이렇게 사라지는 거야?
그때 번뜩 좋은 생각이 났다. 몸으로 익힐 수 없다면 머리로 익히면 된다. 다리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 눈만큼은 건강하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축구와 풋살 플레이들을 눈에 담으며 공부하기로 했다.
유튜브를 켜고 '한국풋살연맹' 동영상을 훑었다. 마침 두 개의 리그가 진행 중이었다. 드림리그와 슈퍼리그. 아는 팀이 하나도 없어서, 연고가 있는 팀 위주로 살펴보았다. 드림리그에서는 거주해본 경험이 있는 고양FS의 경기를, 슈퍼리그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은평FS의 경기를 주로 관람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이스들이 눈에 띄고, 이름을 알고 나니 경기가 좀더 흥미로워졌고, 각 선수들의 주특기도 보인다. 나중에는 응원하는 선수도 생겼다. 노원FS의 성원권 선수, 내가 많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