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차 없는 뇌전증... "사각지대 놓인 이들, 정책 뒷받침돼야"

뇌전증 인식개선 '퍼플데이'... 27일 뇌전증 당사자 지원 보장 토론회 열려

등록 2023.03.30 11:51수정 2023.03.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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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토론회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한 '최전증 장애인의 자립생활 필요성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마을신문 금천in ⓒ 마을신문 금천in 이성호

 
3월 26일이 '퍼플데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얼마나 알까? '뇌전증'이라고 말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22년 5월 2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75회 세계보건기구총회(WHA)에서 '뇌전증과 기타 신경계 질환의 범국가적 지원체계 추진을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23년 3월에는 병역면제를 위해서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와 뇌전증 장애인 및 가족들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이런 가운데,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뇌전증장애 당사자에 대한 지원서비스 강화 및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장 황백남)이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뇌전증장애인식개선의 날 퍼플데이를 맞아 진행한 토론회는 뇌전증장애인이 시민으로서 지역에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제도개선 및 자립생활 서비스 필요성을 공론화하여 당사자 중심의 지원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개최됐다.

'뇌전증'은 신경세포의 미세한 전기적 신호가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방출되어 짧은 시간의 의식소실, 발작 증세가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고, 증세가 나타났을 때 주변 사람의 약간의 조처만 있으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0.5~1%로 34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토론회에서는 환자들의 어려움과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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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법제화 토론회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한 '최전증 장애인의 자립생활 필요성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마을신문 금천in ⓒ 마을신문 금천in 이성호

 
이날 좌장을 맡은 황백남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뇌전증을 질환과 장애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로 뇌전증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제는 뇌전증 인식 캠패인을 넘어 정책 개발로 접근해야 하지 않는가?"며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는 4명의 패널의 발제로 구성됐으며, 한국뇌전증장애협회 김덕수 사무처장은 '법제화를 통한 뇌전증 지원 활성화 방안'을, 뇌전증 지원센터 윤지혜 팀장은 '당사자에 대한 통합지원을 위한 뇌전증 지원센터의 역할과 방안'을 발표했다.

당사자로서는 부산의 지평CIL 김정철 센터장의 '뇌전증 당사자 지원 및 권리 증진을 위한 당사자 참여방안'을, 뇌전증 관련 카페를 운영하는 당사자 오명환씨는 '뇌전증 장애인의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한국뇌전증장애협회 김덕수 사무처장은 법제화 과정에서 국회가 나서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법제화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뇌전증 당사자를 34만~50만명으로 추정한다. 이는 국가에서도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는 것으로, 정부가 (환자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 당사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굳이 차별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뇌전증은 통상 60대부터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약을 먹으면 관리가 되는데 왜 굳이 나서 밝히고 차별받고 편견에 시달리냐며 나서길 싫어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뇌전증 장애인과 가족들은 질환과 장애의 혼동으로 우울감, 낙인,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어 작년 5월에 국제보건지구 WHO는 만장일치로 뇌전증 관련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크게 2가지인데 중소득 국가의 경우 의료접근성의 개선하는 것이 한 축이고, 뇌전증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법률개정 강화가 한 축"이라며 뇌전증 지원제도에 대한 세계적 흐름을 설명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과 희귀질환관리법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질환과 장애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뇌전증은 37만 명이 앓고 있지만 뇌질환자는 7000명으로 0.2~3%"라면서 뇌전증 장애인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빠져 평생 만성질환으로 관리받아야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요양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편견과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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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한 '최전증 장애인의 자립생활 필요성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마을신문 금천in ⓒ 마을신문 금천in 이성호

 
15살 때부터 25년간 뇌전증 당사자로 오명환씨는 이날 "보이는 장애와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는데 뇌전증은 보이지 않다 보니 편견이 크다. 발작이 있으면 도와줘야겠다는 것보다는 '무섭다'고 도망가기도 하고, 영상으로 찍는 사람도 있어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오씨는 "지하철에서 아는 동생 발작을 일으켰을 때 영상을 찍는 사람 있으면 핸드폰을 뺏으라고 말했을 만큼 화가 났다"며 "발작이 있는 뇌전증 환자를 보면 목만 옆으로 돌려주고 지켜봐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쓰러진 사람에 대해 무조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도 지적했다. 황 소장은 관련해 "쓰러졌다고 바로 심폐소생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럼 2차 피해가 나온다. 장애를 명확히 이해하고 지원할 때를 알아야 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뇌전증(증상)에 대해서 명확히 알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수 사무처장은 역시 "심폐소생술을 실행 전에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야 한다. 발작 시에는 심정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호흡과 맥박이 있다. 심폐소생술은 호흡과 맥박이 없을 때 실행하는 것으로 공무원이나 소방관, 교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뇌전증지원센터 윤지혜 팀장은 "치매와 명확한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같은 신경계질환이기도 하기에 단순 비교해보자면 치매가 80만 인구(추정)고 뇌전증은 40만 명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 300개가 넘고 예산은 1800억원이 넘는데, 반대로 뇌전증 센터는 전국에 단 1개고 예산은 1/300"이라며 미흡한 국가지원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전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유일하게 뇌전증 장애를 지닌 지평CIL 김정철 센터장은 "뇌전증 장애인들이 자꾸 감추려고만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당사자라서 떨리지만, 이겨내야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다. 발작으로 쓰러진 후 눈 뜨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다른 데로 도망가곤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늘진 곳에서 못 나오는 뇌전증 장애인이 많다. 집에만 있어 정신적인 장애도 오고, 사람 앞에 서기 더 부끄러워진다. 아프더라도, 사람들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면 이상한 시선도 개선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마을신문 금천in에 게재됐습니다(http://www.gc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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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의 지역신문인 ' 마을신문 금천in '의 기자이며, 라디오금천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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