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세월호 엄마' 됐지만, 평범한 이웃인 우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터뷰] '아홉 번째, 노란 이야기' 추모전시회에서 만난 '수인 엄마' 김명임씨

등록 2023.03.31 16:53수정 2023.03.31 16:53
2
원고료로 응원
"각자 자기 아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골라 작품을 했어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요? 가족이 함께 모여 근황도 나누고 아이들 이야기도 하며 다시 한 번 아이들 생각도 하는 그런 과정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단원고등학교 희생 유가족 19명은 3월 한 달간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아홉 번째, 노란 이야기' 추모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28일, 추모전시회에 함께 한 수인 엄마 김명임씨를 만났다.
  
a

‘아홉 번째, 노란 이야기’ 추모전시회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단원고등학교 희생 유가족 19명은 3월 한 달간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아홉 번째, 노란 이야기’ 추모전시회를 열었다. ⓒ 김영의

 
단원고 희생 유가족 19명, 추모전시회 개최
 
"전시회가 결정되면 어떤 콘셉트로 할지 함께 결정하고 멘토도 모셔서 도움도 받아요. 우리가 맡겨 놓으면 또 죽기 살기로 열심히 잘하거든요. 엄마들이 기한에 쫒기면서도 밤늦게까지 해서 결국 완성해내죠.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들 속에 생긴 끈끈함이 있어 밖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가족이라고 불러요."

수인 엄마는 서로의 힘겨움을 다 이해하는 가족들이 뭉쳐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서로를 위로하고 품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회에 재훈 엄마는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사진을 보고 그렸고, 지성 엄마는 지성이가 포근하고 행복했던 촉감 때문에 좋아했던 이불을, 또 다른 이들은 애착신발, 티셔츠... 아이의 추억이 묻어 있는 물건이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아이들에게 썼던 편지를 예쁘게 말린꽃으로 장식해 액자에 넣은 작품들도 전시장 한쪽을 채웠다.

수인 엄마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그 이후 감정들까지 작품 속에 담으며 서로 공감도 해주고 연결돼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라며 전시 작품 중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센서등의 경우 아무도 건들지 않았는데 혼자 불이 켜졌다 꺼지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다녀갔나 보다' 생각한 엄마들의 공감과 상상이 담겨 있다고 했다.
 
'전시회는 서로를 위로하고 품는 시간'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해야 할 일이 늘어만 가고 있다'는 걱정에 수인 엄마는 "누구 엄마라고 아이 이름을 내걸고 하는 거잖아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나?'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그 생각이 우리를 움직이게 해요"라고 말했다.

해야 할 일은 많아지는데 점점 몸이 불편한 가족 등 쉬어야 하는 이들이 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가족 수는 줄어가고 있어 이젠 좀 더 계획해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놓으면 도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우리 같은 마음으로는 할 수 없다'는 마음에 또다시 나서게 된다고. 

이태원 참사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8년이라는 세월을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하고 연령대가 비슷해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악착같이, 독하게 활동했다면 안 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너무 미안해서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팠어요.

세월호 참사 후 가족들 옆에 서 준 시민들이 우리에게 힘이 된 것처럼 이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들 옆에 또 다른 피해자 가족들이 서고 그 곁에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서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렇게 지내요... 그냥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작품으로 이야기가 돌아갔다. 가족들이 함께한 퀼트 작업으로 팽목항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옆으로는 작업하는 모습들을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큰 작품을 할 때 모든 과정을 다 같이 해요. 공방에서 누군가는 맨발로 잡거나 누르고 있으면 누군가는 그리거나 오리고... 그냥 자연스럽게 다 달라붙어서 해요. 팽목항에 있는 등대 앞길은 아이들이 오는 길이니 따뜻했으면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담아 굉장히 따뜻한 실을 사용했어요. 바다는 우리한테 많이 차가운 이미지라 아이들이 오는 발걸음을 따뜻했으면 했죠."

수인 엄마는 전시회를 계속 하는 이유로 "세월호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안 된 그 시간 동안 이러한 활들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별하지 않고 그냥 이웃에 있는 아줌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로 '세월호 엄마들'이 됐고, 그 엄마들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그 길에 이런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누구든지 간에, 당신 이웃의 어떤 사람들도 우리처럼 될 수 있으니 잊지 말고 우리가 나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동조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잊지 않아 주시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a

‘아홉 번째, 노란 이야기’ 추모전시회 전시작품 특별하지 않고 그냥 이웃에 있는 아줌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로 세월호 엄마들이 됐고, 그 엄마들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그 길에 이런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 김영의

#세월호 #416 #단원고 #잊지않을게요 #기억과 약속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