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삼2023년 3월 31일 춘천지방법원 제102호 법정, 김춘삼씨는 가장 먼저 법정에 들어와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최정규
#3. 2023년 3월 31일 오전 10시
32명의 피고인과 가족들로 가득 찬 재판정, 오전 10시가 되니 정적이 흘렀다.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방청석에 앉은 모든 분들은 일어서 주십시오."
법정경위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재판장(형사1부 심형근 부장판사)은 가장 먼저 김춘삼씨의 이름을 호명했고, 김춘삼씨는 51년 만에 법정에 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법정에 선 김춘삼씨는 자신에게 씌어진 '간첩'이라는 주홍글씨가 이날 재판으로 지워질 것을 기대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7일, 춘천지방법원 형사 1부 재판부(재판장 김청미)는 김춘삼씨를 비롯한 32명의 피고인들이 1972년 9월 7일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14일 동안 불법으로 구금돼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또한 김춘삼씨와 같은 달(15일) 귀환한 무진호, 삼청호 소속 어부들이 올해 1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확정되기도 했다.
김춘삼씨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피고인 인정신문 절차를 마친 재판장은 이 사건 재심개시결정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후 권태환 공판검사에게 검찰의 입장을 물었다. 재판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공판검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러나 공판검사 입에서 나온 말은 김춘삼씨 등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검찰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연기를 요청합니다."
검찰의 연기요청으로 51년 만에 열린 재심법정은 10분 만에 그대로 종결됐다. 원활한 재판 진행이 어렵다고 생각한 재판부는 김춘삼씨 이외 31명 피고인들의 재판을 모두 연기했고, 다음 기일인 5월 12일(금) 오후 2시까지는 반드시 입장을 정리해 오라고 공판검사에게 거듭 촉구했다.
#4. 2023년 3월 31일 오전 10시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