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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맨손' 분향에 반도체 추모사, 셀카 시도까지... 4.3 유족은 탄식만

'엉망진창' 윤석열 정부의 4·3추념식... 문화제에 10억 들였지만 정작 유족 헌화엔 '걸림돌'

등록 2023.04.04 14:52수정 2023.04.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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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입니다."

지난해 거행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4·3영령과 유족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자 도민들과의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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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홀로 맨손으로 재단에 올라 묵념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지난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윤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보수 정권 대통령의 첫 국가추념식 참석도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식 직전에야 4·3평화공원 재단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추념식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묵념 도중 지각 참석으로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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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묵념을 위한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 제주의소리

  
한 총리의 경우 시간은 가까스로 지켰지만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 시간 수천여 명의 유족은 4·3영령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었다.

4·3유족들의 안내로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난 한 총리는 그때서야 고개를 숙였다. 사이렌에 맞춰 경호원들이 자리를 비키면서 한 인사가 셀카를 찍기위해 난입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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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이 끝난후 동백꽃이 아닌 다른 배지를 착용한 한 인사가 추념식장에 난입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셀카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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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이 끝난후 동백꽃이 아닌 다른 배지를 착용한 한 인사가 추념식장에 난입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셀카 촬영을 시도하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이를 막아서고 있다. ⓒ 제주의소리

  
셀카봉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한 인사는 묵념 도중 추념식장에 난입해 한 총리 옆에서 사진촬영을 시도했다. 이를 오영훈 도지사가 막아서면서 실제 촬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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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홀로 맨손으로 향을 향로에 넣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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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72주년 4·3추념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흰 장갑을 끼고 분향하는 모습. ⓒ 제주의소리

  
대통령을 대신해 헌화와 참배에 나선 한 총리는 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제단에 올랐다. 역대 정부 대표단 중 맨손으로 참배에 나선 건 한 총리가 처음이다.  

참배 요령에 따르면 참배단 대표는 흰 장갑을 끼고 집례보좌관의 안내에 맞춰 입장 후 헌화와 분향을 한다. 이날 한 총리는 맨손으로 향을 집어 향로에 넣어 유족들을 당혹하게 했다.

곧이어 진행된 추도사 낭독은 또 한 번의 탄식을 자아냈다. 대통령의 불참으로 추도사에 담긴 4·3 메시지에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했다.


보수 정권 출범과 함께 등장한 극우단체의 4·3흔들기에 대한 국가 원수의 따끔한 일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빨갱이 등 해묵은 이념 논쟁에 대한 언급도 추도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위령제 행사와 동떨어지는 말을 건넸다.

한 총리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느닷없이 '반도체' 얘기가 나오자 추념식장 곳곳에서는 유족들의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유족은 "저게 무슨 소리냐"며 자리를 박차기도 했다.

아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세대 전승을 위한다며 올해 처음으로 사업비 10억 원을 들여 추념식 식후 행사인 문화제 행사를 마련했다. 가수 송가인과 이정 등을 초대해 정부 지원 행사로 마련했지만 오히려 유족들의 헌화와 참배의 시간을 막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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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화제가 끝나자 주요 인사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하고 줄줄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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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화제가 끝나기도 전에 중 인사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모습. ⓒ 제주의소리

  
추념식이 끝나고 한 총리가 퇴장하면서 정치권과 정부 주요 인사들은 줄줄이 자리를 떠났다. 당초 유족들이 헌화와 참배를 할 시간이었지만 문화제 행사에 나선 가수들이 제단을 가로막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회자마저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네면서 헌화와 참배를 하지 못한 유족들도 일제히 현장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유족들이 자리를 떠나자, 행사를 주관한 행정안전부와 제주도 관계자들도 당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상당수 유족들은 위패봉안실을 찾아 헌화를 대신했다.
    
문화제는 장장 40분에 걸쳐 진행됐지만 주요 인사들이 모두 자리를 뜨면서 휑한 모습이 연출됐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인사는 양조훈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 일부에 불과했다.

문화제가 모두 끝난 오전 10시40분 양 전 이사장과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김두연·송승문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이 헌화와 분향을 했다.

현장을 찾은 한 유족은 "4·3영령을 위로하고 유족들을 배려하는 자리인데 정작 헌화와 참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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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4·3유족청년회가 문화제가 끝날때까지 남아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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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처음으로 식후 문화제가 열렸지만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한 유족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텅빈 행사가 됐다. ⓒ 제주의소리

덧붙이는 글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제주4.3 #한덕수 #윤석열 #맨손 헌화 #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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