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섬 고수부지 천변에 만개한 유채꽃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도로가 좁아 인근 주민들은 불편해한다고 한다.
오문수
섬진강 하류 하동에서 출발한 내 발길이 드디어 종점인 광양 배알도에 도착했다. 한반도 남단에 속한 하동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전라남도 광양시와 구례군과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진주시와 사천시, 남쪽으로는 남해 바다를 경계로 남해군과 접하고 있어 2개도 8개 시·군과 접하고 있다.
하동 소재지 인근 섬진강변을 따라 걸으며 강물을 보니 섬진강 상류인 임실과 순창에서 보았던 섬진강물과는 완연히 다르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이어서 인지 강물이 탁하다.
달라진 건 강물만이 아니다. 숭어로 보이는 커다란 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보인다. 하동의 국밥집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뭄이 들어 섬진강물이 줄어들면 돔새끼가 잡히기도 하고 농어도 올라와요"라고 말했다.
강 주변에는 바닷가 어촌처럼 배들이 줄줄이 정박해 있고 어촌계 팻말까지 보인다. 흡사 바닷가 항구에 온 느낌까지 들었다. 배 몇 척이 파도를 일으키며 섬진강 중앙에서 맴도는 모습이 보여 물어보니 2년 전 섬진강 대홍수 때 떠내려온 부유물을 치우는 작업 중이란다.
하동은 재첩국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재첩을 잡을 시기가 아니지만 부유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재첩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청소 작업을 하고 있단다. 재첩마을 인근에서 참게를 잡는 한 주민과 대화를 나눴다.
"2년 전 섬진강 대홍수로 강변이 물에 잠기고 나서 섬진강에 사는 고기들이 거의 몰살당했어요. 작년에는 참게가 안 잡혔는데 올해는 몇 마리라도 잡히네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낫겠지요. 섬진강변에서 76년 동안 살면서 이런 일을 겪기는 처음이에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입니다. 대홍수 이후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