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진실버스’ 전국 순회를 마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5일 오후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참사 현장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난 지 159일째 되는 날, 유가족들은 대통령실 앞을 지나는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11월과 2월에 이어 벌써 3번째 행진이다. 대통령실이 가까워 오자 형광색 우의를 입은 경력들의 수도 차츰 늘어났다.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서울시청 광장 시민분향소까지 2시간 가량 행진하면서, 유가족들은 다양한 시민들을 만났다. 경적을 울리며 소리치는 운전자도 있는 반면, 숙명여대역 인근에선 행진 대열을 보며 눈물짓는 친구의 어깨를 토닥인 시민도 있었고, 시청역 앞에선 유가족들을 향해 손 인사를 건네며 눈물짓는 시민도 있었다.
대통령실을 마주한 자리에선 자식을 잃은 엄마들의 오열이 시작됐다. 최선미씨는 이 자리에서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은 국민들에게 자신들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과 정부, 여야가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뼈와 머리에 새겨서, 한 치도 안일하게 일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와주시겠지. 믿어야지. 나랏일 하는 사람들, 다 나쁜 사람만 있다고 생각 안해요. 정치적 신념이 있겠죠. 다 사리사욕으로 직장생활 하듯이 정치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닐 것 아냐..."
이날 행진과 추모식에 참여한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받아 든 국회에 간절한 기대를 보냈다. 열흘 만에 국민동의청원을 성원시킨 "국민께 감사하다"고도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역시 "유족들에게 공감과 연대를 보내주신 모든 국민께 인사드리자"고 제안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소리높여 외쳤다.
최씨와 마찬가지로 전국을 돌며 국민동의청원을 요청한 고 송채림씨의 아버지 송진영씨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지킬 아이가 없다.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아이들, 친구, 형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우리는 트라우마를 겪는데, 전문가들이 진단하길 트라우마 치료 방법은 오직 하나라고 한다"면서 "바로 우리가 믿는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래야 치유가 시작된다고 한다. 유가족뿐 아니라 생존자, 아이를 키우기 두려워 진 전국의 부모들, 참사로 충격받은 모든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