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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공개한 이정근 범죄표 봤더니... 공소사실 50건 중 47건 유죄

[분석] '판도라의 상자' 수사에 힘 실리나... 반부패수사2부, 최근 검사 증원

등록 2023.04.12 17:14수정 2023.04.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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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법원이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3년형을 구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옥곤 부장판사, 배석판사 류의준·이종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에게 9억8600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앞서 검찰이 요청한 추징금은 9억8000만원이었다. 법원이 검찰보다도 이 전 부총장의 혐의를 더 중대하게 판단한 셈이다(관련 기사: '10억 수수' 이정근, 4년6개월 실형... 구형보다 센 이례적 판결 https://omn.kr/23hkn).

이는 이날 1심 선고와 함께 법원이 언론에 배포한 '2022고합○○○ 특정경제법위반(알선수재) 등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를 통해 잘 드러난다. 특히 14페이지에 이르는 설명자료 중 6페이지가 '통합 범죄일람표'다. 범죄일람표상 이 전 부총장에 대한 혐의 항목은 검찰의 공소사실 목차 기준 50건에 이른다. 법원은 이들 각각에 대해 유죄 또는 무죄 판단을 구분해 명기했다. 역시 이례적인 경우다. 그만큼 법원 또한 이 전 부총장 판결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을 의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정근 전 부총장 '범죄일람표'... 50건 중 47건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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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은 범죄일람표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 대한 혐의 50건 중 47건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거의 대부분 인정했다는 뜻이다. 혐의별로 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37건(변호사법 위반 포함) 중 단 3건만을 무죄로 판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9건, 4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은 금품 수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면서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알선의 대상을 특정하여 장래의 구체적인 처분 내용까지 적시하였으며, 일부 알선 행위의 실행에까지 나아가기도 하였습니다." (법원 설명자료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법원이 이 전 부총장이 금품 수수 과정에서 어떤 명목으로 알선수재, 즉 직무 관련 사항을 주선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이 전 부총장이 내세운 경우가 각각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이 가능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이 박 전 장관과의 관계를 내세운 경우는 ▲S투자파트너스에 대한 중기부 자금 배정 등 알선 ▲M파트너스에 대한 중기부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알선 등으로, 관련 혐의 항목 5건 중 4건에 대해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성 전 장관의 관계를 명목으로 이 전 부총장이 H사 정부지원금 배정을 알선했다고 판단했는데 관련 혐의 8건 중 7건이 유죄였다. 한국남동발전 수력발전설비 납품이나 인사 알선 등으로 이 의원이 명목이 된 경우는 5건으로 역시 모두 유죄였다.


이 전 부총장이 노 전 비서실장과의 관계를 명목으로 알선수재한 경우는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 우선 수익권 인수 알선 ▲용인 스마트 물류단지 실수요검증 절차 알선 ▲한국남동발전 수력발전 설비 납품 알선 등으로 관련 혐의 항목은 11건에 이르렀다. 법원은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 대통령 비서실장 직무행위도 자세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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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2년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히 이중 구룡마을 건에 대해 법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무에 속한 사항 해당 여부'라는 제목과 함께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보건복지부를 통할하며,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한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별도 설명을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의 주무기관입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007. 1. 30.부터 2022. 3. 31. 까지 국민연금공단이고, 국민연금공단 외에 포스코홀딩스에 대하여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 또는 그 집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로써 대통령 비서실장은 포스코홀딩스 및 그 계열사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에 대한 우선수익권 인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 공판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이 구룡마을 관련 알선 혐의에 "대통령 비서실장 직무에 속하지 않은 일이니 알선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에 대해,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 이 전 부총장 외에는 수사를 확장하지 않는 모양새다. 박 전 장관, 성 전 장관, 이 의원 등도 역시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거나 만난 적도 없다는 등의 입장을 강하게 밝힌 바 있다. 노 전 비서실장의 경우는 이들 사건과 별도로 이 전 부총장이 한국복합물류 상근 고문으로 취업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후폭풍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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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2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1심 선고와 함께 설명자료를 통해 공개한 '범죄일람표' ⓒ 서울중앙지법

 
이 전 부총장 사건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이유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작년 10월 2차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전 부총장이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검찰이 이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녹음파일이 3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12일 법원이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이 전 부총장 측 주장을 배척하는 과정에서도 이 휴대전화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과 박○○ 사이의 수많은 대화 및 통화에 관한 녹음 파일과 그 녹취서, 문자 메시지 내역,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텔레그램 메시지 내역, 금전 거래에 관한 계좌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존재합니다."

작년 이 전 부총장에 대한 구속기한 연장이나 변호인 제외 접견 제한 조치, 그리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노웅래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한 일 등이 모두 반부패수사2부가 해당 휴대전화를 확보한 후 이뤄졌다. 노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이 전 부총장에게 정치자금이나 각종 알선 등을 목적으로 금품을 공여한 박○○씨와의 통화 내역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박○○씨를 노 의원에게도 돈을 전달한 당사자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부터, 한국복합물류 특혜 취업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반부패수사2부가 3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판도라의 상자'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이 수사 역시 이 전 부총장의 취업 청탁에 노 전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최근 6명 검사 충원

검찰의 '판도라 상자' 수사에는 앞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거의 대부분 인정했다는 것을, 법원이 이날 이 전 부총장에 대한 범죄 일람표 공개를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는 상징적이다.

이 전 부총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진 이날, 반부패수사2부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 역시 검찰의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 측에 불법 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가 역시 '출처'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따라 당 차원의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수사력을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도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반부패수사2부에는 같은 청 검사 1명과 타 지역 청 검사 5명 등 모두 6명의 검사가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경우 역시 더 잦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 100일 회견, 그 다음날부터 '이정근 피바람' 불었다 https://omn.kr/21qsq
"이정근은 '미끼', 검찰 타깃은 노영민" http://omn.kr/21615
#이정근 #반부패수사2부 #노영민 #윤관석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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