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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터넷 밖 공간은 어떤가요? 인터넷 안에서는 그렇게나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는데 아이들이 즐기고, 놀 만한 현실에서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거나 없습니다. 밖에서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도 노래방이나 쇼핑몰을 가고,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게 요즘 아이들의 삶이지요. 청소년이 갈만한 공간이나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가 좀처럼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채팅과 메신저로 바로바로 대화가 가능한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오프라인 만남이라는 건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관계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데 그런 대화 정도는 온라인으로도 넘치게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굳이 만남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현실이고 요즘 아이들의 문화라고 해서 그냥 내버려둘 수만 있을까요?
코로나의 시대를 거치며 아이들은 직접 대면해서 만나는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어른들이 느끼는 3년여의 시간과, 아이들이 경험하는 시간은 차원이 다릅니다. 성장과 변화의 시기마다 경험해야 할 적절한 사회적 자극과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마스크를 끼고 비대면 시대를 건너왔으니까요. 특히 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과 고등학생 1학년들이 그렇습니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3년, 중학교 시절 3년을 비대면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오프라인의 경험을 싫어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살을 부대끼며 만나서 이야기하고, 손을 잡고 신나게 놀고, 땀 흘리며 몸으로 경험하는 일들 자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낯설어하고 좀 더 익숙하고 편한 것을 찾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현실 세계 속의 경험으로 이끌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이 재미있다고 해도 야구장에 직접 가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면, 그 생동감과 흥분감에 매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체육대회나 운동회에서 경험하는 경쟁과 환호의 열기는 평생 잊지 못할 느낌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메신저로 조언의 말을 건네줄 수는 있지만, 손을 꼭 잡아주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해주는 위안, 눈을 마주보며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직접 경험해보면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그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터넷 세상 속 교류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것뿐입니다.
온라인만큼 재밌는 게 많은 세상이라면
아이들을 밖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노력과 관심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자연 속에서 뒹구는 경험,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여행,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즐거움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느끼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부모님들도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아이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한다거나 함께 몸을 부대끼며 경험하는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과 지점토로 화분을 만들거나, 석고붕대로 손모형을 만들거나, 꽃과 흙을 직접 만지는 작업을 자주 합니다. 무언가 촉감을 느끼는 활동을 하다보면 마음이 이완되고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 것 아닌 작업들임도 신기해하고 집중하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어릴 때 해보고 오랜만이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이런 작업 자체가 처음이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낯선 경험의 어색함을 견디고 나면, 몰입도가 높아지고 진지하게 작업을 하며 즐거워합니다.
온라인 속 세상에서 아무리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본 아이들이어도 실재로 만지고 창조하는 작업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조금 남다르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마법처럼 뚝딱,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무조건 밖에서 만나라고 강요 한다거나, 인터넷을 끊거나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요즘의 트렌드와 문화는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온라인 상의 세계가 편하고 즐거운 것도 맞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과 깊이가 오프라인 세상에도 존재한다는 걸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청소년 아이들이 즐기고 모일 수 있는 공간과 체험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좀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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