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청자 여러 소품들.
최방식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7~8년 잘 나가나 싶었는데, 시련이 찾아들었다. 기르는 고양이를 부르는 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던 것. 병원 진단은 뇌졸중. 결국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진단 결과 뇌종양 통보를 받았다.
"뇌하수체 인근에 종양이 생겨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죠. 워낙 위험한 부위이다 보니 후유증이 불가피 한 수술이었어요.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음식·피부 알레르기, 소화·호흡 장애, 내분비물질 이상 등의 증상을 달고 살아요."
어렵고 힘들다는 청자 도예의 길에 들어선 걸 후회한 적 없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앞 다퉈 상업 청자를 하는 걸 보며, 그는 "진짜 고려 상감청자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기에. 문헌을 뒤적이고 실험을 거듭하며 비취색을 찾아갔다.
"상감청자의 고향인 강진을 가려면 그때엔 이삼일 걸렸어요. 현지인들의 외면도 당연했고요. 흙을 훔쳐 제 유약으로 실험해봤는데 비취색을 얻을 수 없었어요. 포기하고 나만의 흙을 찾아 나섰죠."
그의 비취 청자와 현대적 문양(유색)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1년경 그의 작품을 보고 간 미국 보스턴의 한 사업자가 3백여점을 구매해 현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일본 히로시마의 한 사업자는 3년여간 7백여점을 구매해 현지에서 판매했다.
중국 경덕진 초대전(국제도자박람회) 5점 출품, 독일 헤센주 한 미술관 3점 기증 전시, 영국 맨체스터 청자 다기 2개 기증, 청도 총영사관 2점 판매 전시, 중국 산둥성 2점 판매 전시 등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아빠 작품 멋져, 나는 안 해"
'청자 인생'을 작가는 회안과 보람의 교차라고 평했다. 반려자(조각 담당, 결혼 전부터) 아내의 "뭐 이런 걸 해서 식구를 생고생시키냐"던 푸념, "엄마 아빠의 작품 정말 멋져"라면서도 "난 절대 안 해"라는 세 딸의 선언을 잊지 못한다.
계획을 묻자, 평생 공부해 얻은 청자 도예 이론과 기술을 정리 중이라며 자신이 더 이상 물레를 돌리기 어려울 때쯤 후배들에게 공개(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과 정신을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런다고. 제자(최창석 바우가마 대표)와 싸리산 도자원료지도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려의 파란꽃' 평가(한국 미학·미술사 토대를 만들었다는 미술사학자 고유섭)를 받는 상감청자. 그 따뜻하고 고요함이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아를의 여인' 2모음곡 3악장 '미뉴엣'(친구 귀로가 비제 사후 완성) 플루트 연주를 연상케 한다. 알퐁스 도데의 동명 희곡을 주제로 한 음악. 맑고 청아한 선율이 상감청자 비취빛 그리움을 잘 표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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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훔칠 만큼 고달팠지만 비취색을 보면 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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