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김태효 1차장의 책임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에 해임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무수석실 관계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야당 의원들은 결국 '민원실 접수'를 택해야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효 차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정부로선 과연 이것(도청의혹)이 사실인지 미국에 엄중하게 항의함과 함께 경위를 정확히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요구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김태효 차장은 오히려 미국을 두둔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의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올해 한미동맹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점검해야 하는 시기"라며 "중차대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당국의 도청을 확인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옹호하고 나섰다"고 일갈했다. 그는 "김태효 차장은 오히려 국민을 겁박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며 "즉각 경질함으로써 대한민국 국격을 바로 세우고, 한미동맹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실무자 한 사람 안 나와, 말이 되나"... 민원실에 접수
이후 민주당 소속 의원 약 20명은 김태효 차장 해임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사 쪽으로 이동했으나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가로막혔다. 진성준 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20명이 와서 대통령에게 국가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인사 요구를 하고 있는데 정무수석실에서 이 요구서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입장"이라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적인 예의로도 이럴 순 없다"며 "이 점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엄중하게 따져 묻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의원 역시 "야당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라며 "실무자 한 사람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되나. 역대 대통령실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고 소리쳤다. 그는 "정무수석이 바쁘면 정무비서관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해도 너무한다"며 "국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가"라고 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민원실에 김태효 차장의 해임요구서를 접수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해임 요구서>
미국에서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로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공군 소속 일병이 체포되면서,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 도청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며, 국내로서는 특대형 보안사고입니다.
상호존중·호혜적 관계로 나아가는 한미동맹이 70주년을 맞이하고 12년 만의 국빈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져 매우 개탄스럽습니다.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 스파이 활동을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자행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미국에 명확한 진상 확인과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강하게 촉구합니다.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불법 도·감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나온 대통령실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입장은 가관입니다.
대통령실은 도·감청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나 확인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도 않은 채, 미리 도청을 '위조'로 결론 내렸습니다. 굴종적, 저자세 외교로 일관된 윤석열 정부답게 미국에 항의할 기회조차 포기했으며, 도·감청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허위 사실이라며 무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버젓이 기밀유출 범인을 잡아냈는데, 대통령실과 김태효 제1차장은 어떤 근거로 유출 문서가 위조라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까?
대통령실이 민주당에 "한미 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 "반미 선동", "이적단체" 운운하며 매도한 데 대해서도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김태효 제1차장은 "악의적으로 도청한 정황이 없다"는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미국을 두둔했습니다. 도·감청 보안사고에 선의, 악의 운운하며 주권을 침해한 미국을 두둔하는 것을 보며, 왜 항상 자국의 국익은 뒷전인지 의문이 듭니다.
중대한 주권 침해를 당하고도 일본이나 미국에는 항의 한번 못하면서 국민의 물음에는 "거짓", "선동"이라며 윽박지르는 윤석열 정부가 개탄스럽습니다. 우리 안보의 핵심인 국가안보실 인사가 도청을 당한 것보다 대통령실의 말 바꾸기와 뻔뻔한 해명이 더욱 절망스럽습니다. 밖에서는 설설 기면서 안으로는 큰소리치는 정부의 행태가 한심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밀 유출에 민감하지 않은 것입니까? 진짜 국익 침해 행위자는 작년 10월 '군사기밀 유출' 유죄 판결을 받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입니다. 심각한 주권침해를 두고 '선의의 도청', '허위 사실', '자해 행위' 운운하며 책임을 피하고 국익을 뒤로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즉각 해임해야 합니다.
국민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외교 참사와 굴종적 외교를 보며, 과연 이 정부에 안보와 국익을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익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한 때입니다. 또한, 이번 특대형 보안사고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외통위·운영위·정보위원 일동은 김태효 제1차장의 해임을 촉구합니다.
2023년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외통위·운영위·정보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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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즉각 해임" 요구서 들고 간 민주당... 정무수석실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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