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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가족 집에 몰래 침입한 삵, 그 사연이 너무 짠합니다

[현장 영상] 하천 둔치가 사라져 굶주리는 삵... 금호강 수달 가족의 집에서 일어난 일

등록 2023.04.19 05:01수정 2023.04.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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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수달 가족의 집. 수달은 이래층을 화장실로 쓰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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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수달 가족 ⓒ 정수근

   
이곳은 금호강 반야월습지입니다. 그것도 반야월습지 한가운데 위치한 수달 가족의 집입니다. 엄마와 이제 '청소년 수달'이 된 새끼 두 마리가 함께 사용하는 이 수달 가족의 집은 이층집 구조로 돼 있습니다. 아래층은 사냥 나갔던 수달이 돌아와 배설하는 화장실로 쓰이고 잠을 자는 침실은 2층에 있습니다. 

수달 가족의 집에 나타난 삵

지난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서 이들의 집을 몰래 들여다봤습니다. 수달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래층에서 반드시 똥 오줌을 싸고 침실인 위층을 올라갑니다. 그래서 아래층에는 수달 똥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아래층은 이들의 화장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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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화장실로 쓰는 수달 ⓒ 정수근

 
물고기 사냥을 나갔던 수달이 돌아오는 시간은 새벽입니다. '도시 수달'은 다른 많은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피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야행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해질녘이나 해가 떨어지면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하지요(그런데 '시골 수달'은 사람이 많지 않기에 낮에도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벽에 물고기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때론 집으로 사냥한 물고기를 끌고 들어와 집 앞에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배가 부르면 물고기를 먹다 남기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수달이 커다란 잉어의 일부만 뜯어 먹고 절반 이상 남긴 채 집 앞에 놓아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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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먹다 남긴 커다란 잉어의 몸통이 수달 집 앞에 놓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그 수달의 집에 며칠 전 삵(살쾡이)이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삵이 왜? 녀석은 조심스럽게 수달 가족의 화장실인 1층을 살피더니 돌아가고 다시 돌아와 살피기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수달 가족의 침실이 있는 2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아니 왜? 천적 관계도 아니어서 수달을 잡아먹으려는 것도 아닐 것인데 왜 녀석은 수달의 침실에까지 올라갔을까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에게 이 광경을 보여주면서 이유를 물었더니 놀라운 사실을 확인해줍니다. 삵이 도둑질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수달이 먹다 남긴 물고기를 얻어 먹어볼 요량으로 수달의 집을 기웃거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어린 수달 새끼가 홀로 남아있으면 수달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비정한 야생의 질서가 이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 소장은 삵의 고달픈 현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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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가족 집에 나타난 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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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집에 나타난 삵 ⓒ 정수근

 
"인간의 개발에 의해 하천에서 둔치가 점점 사라지니 삵의 서식 공간도 줄어들고 삵의 먹이가 되는 설치류나 양서파충류들도 줄어들어 삵은 굶주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설상가상 "유기견이나 유기묘(고양이)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유기묘인 길고양이들은 착한 캣맘들에 의해서 사료라도 공급받지만 삵은 전적으로 야생에서 먹이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삵은 항상 배가 고파, 수달의 집을 기웃거리게 되는 겁니다. 며칠 전 수달이 먹다 남긴 절반 남은 잉어의 몸통을 수달 집으로 끌어다 넣어준 적이 있는데, 다음날 그 잉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수달이 먹어치웠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배고픈 삵이 먹어치웠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굶주린 삵이 전하는 메시지

이처럼 하천에 있어서 각종 설치류와 양서파충류가 살아가는 둔치가 온전히 지켜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배고픈 삵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후죽순으로 하천 둔치에 들어서는 파크골프장이 왜 문제인지를 명확하게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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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청이 하천 둔치를 밀고 조성하려 하고 있는 파크골프장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친환경 스포츠라며 "파크골프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이 배고픈 삵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크골프장은 엄청난 면적의 둔치를 개발하는 터라 그 안에 살던 수많은 설치류와 양서파충류 같은 생물들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생명 그물 한 줄이 끊겨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배고픈 삵의 모습입니다. 

삵은 멸종위기종입니다. 법정보호종이죠.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정해둔 야생동물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가 있기에 국가가 법으로 이들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이들은 하천에서 주로 삽니다. 이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하천을 보호한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하천이 온전히 하천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하는 건 법정보호종 삵과 수달을 온전히 지키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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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볼일을 보는 수달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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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둔치를 밀어서 산책길을 내겠다는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위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 야생생물의 집인 하천이 지금 마구 개발되고 있습니다. 각종 하천정비사업들이 지자체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금호강 고모지구나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과 같이 환경부가 토건 개발사업을 벌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하천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는 하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야생생물들이 위기에 내몰린다는 말과 같습니다.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이 국가와 지자체에 의해서 혹은 자본에 의해서 위기로 내몰리는 것입니다. 

금호강에만 해도 대구시가 벌이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 있고, 북구청이 벌이는 사수동 파크골프장 건설 사업이 있고,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고모지구와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그런 사업들입니다.

하천사업 때문에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결국 배고픈 삵이 수달 가족의 집에 도둑질하러 가는 기이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천은, 특히 도심의 하천은 마지막 남은 야생생물의 공간입니다. 그들의 집입니다. 하천 개발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고 꼭 필요한 치수사업 이외엔 지양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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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이 연결된 생태적으로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곳으로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건설하려는 산책로 공사 조감도 ⓒ 낙동강유역환경청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강의 자연성을 복원시키려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입니다. 금호강에서 불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금호강 #수달 #삵 #파크골프장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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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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