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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잉어들의 몸짓으로 요란한 금호강의 봄

[금호강 생태조사] 산란철을 맞은 금호강의 이모저모... 생동감 넘치는 야생의 흔적들

등록 2023.04.21 10:07수정 2023.04.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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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란철을 맞아 금호강 잉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산란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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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철을 맞아 물결을 튀기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는 금호강 잉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0일 생태조사차 다시 금호강을 찾았다. 이번에는 팔거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부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이라 이곳 또한 습지가 잘 발달해 있고, 여러 생명들이 살아가 그야말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4월 말 즈음, 강은 소란스럽다. 강 곳곳에 잉어들이 거친 몸짓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황금색 비늘을 보이는 잉어들의 산란철이다. 한 녀석의 암놈을 따라 여러 수놈들이 따라붙어, 곳곳에서 물결이 튀기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산란철을 맞은 금호강 잉어들

그러나 그 모습과 소리는 결코 거슬리지 않는다. 생명의 역동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살아있는 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물 가장자리 수초들을 따라 황금색 잉어들이 보여주는 생명과 환희의 순간은 절로 눈이 간다.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넘어 어떤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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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철을 맞아 어른 팔뚝만한 황금색 잉어들이 보여주는 치열한 본능은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산란철을 맞은 것은 비단 잉어들만이 아니다. 물새들 또한 산란철을 맞아 알을 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산란을 한 개체들도 있겠지만, 알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흔적들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모래톱 자갈밭 사이에 둥근 알집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 그리고 깝짝도요와 검은등할미새, 알락할미새가 이곳 금호강에서 살고 있는 작은 물새들이다. 이들은 금호강 모래톱 여기저기에 둥지를 트고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해 기르고 그렇게 다음 세대를 이어갈 것이다.

이처럼 강에는 다양한 장소들이 필요하다. 모래톱과 자갈밭 그리고 수초덤불 같은 곳이 있어서 이 생명들이 산란을 하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천공사를 통해 통수단면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이들 생명의 터전들을 긁어서 평탄화시켜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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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철을 맞아 알집을 만들어 알을 낳기 위한 준비로 꼬마물떼새도 분주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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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자갈밭에 마련된 물새들의 알집. 곧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톱 자갈밭에 알을 놓아둔 물새들의 둥지를 한번이라도 봤더라면 절대로 하천을 평탄화시키는 생태적 어리석음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천공사를 하는 이들이 필히 생태적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물새들의 흔적과 더불어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과 삵의 흔적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모래톱 언저리엔 어김없이 수달의 배설 흔적이 보이고, 물 가장자리엔 수달이 뜯어먹고 남긴 잉어의 대가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물가를 벗어나 풀섶으로 다가가니 삵의 배설물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모양과 색을 봐선 배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라 하마터면 녀석도 맞닥뜨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이런 다양한 생명들의 흔적을 목격하면서 걷는 길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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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잉어의 몸통은 다 뜯어먹고 머리만 남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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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최상위 포식자 삵의 싱싱한 배설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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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가장자리엔 어김없이 수달의 배설물이 보인다. 이곳은 내 영토라는 영역 표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다양한 야생의 친구들이 아직도 건강히 이곳을 지키며 살고 있다는 흔적이다. 금호강이 이들 야생 친구들의 집인 이유다. 인간의 개발을 피해서 겨우 숨어든 그들의 마지막 영토가 강이다. 우리가 강을 잘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인간임을 반성하게 하는 몰상식적 행태

이런 생명 역동의 현장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금호강 생태조사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들 또한 왕왕 만나게 된다. 철없는 인간들의 흔적들이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불을 피운 흔적들, 버려진 낚시 도구들. 강이란 생태적 공간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이런 반환경적 모습을 보인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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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이들이 버리고 간 인간 쓰레기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행위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낚시 금지 구역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낚시꾼들은 스스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씁쓸하고 화가 치미는 현장을 지나 강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맘때 강은 흐르는 공간과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공간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비가 많이 없는 초봄엔 물이 많지 않아 그간 쌓여온 부유물들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데, 흐름이 없고 고여 있는 공간에 집중적으로 쌓인다.

그 부유물들은 강바닥에서 그대로 썩어간다. 그곳을 한 발 내딛자 검은색 흑탕물이 번져 나온다. 반면 흐르는 곳은 엄청 맑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강이 왜 흘러야 하는지는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

야생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생명 역동의 현장

흐르는 강바닥엔 누가 길게 불규칙적인 선을 그어놓았다. 그 선을 따라가 보면 작은 생명들인 다슬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 굵을 선을 따라가보면 어른 손바닥만 한 말조개와 대칭이 같은 조개들도 보인다. 강바닥에 이들이 살아간다는 건 강바닥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강 전체 생태계가 양호하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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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을 기어가면서 선을 그리는 다슬기. 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강바닥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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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강바닥에거 건져 올린 조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처럼 4월 말을 향해가는 금호강은 생명 역동의 현장이다. 야생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삶의 향연은 보는 이들마저 들뜨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 산란철이 지나면 또 다른 생명들이 태어나 강에 더욱 찬란한 경의의 빛을 더할 것이다.

잉어들의 요란한 몸짓으로 시작된 금호강 생태 탐사는 다슬기들의 여린 몸짓으로 마무리되었다. 강은 이렇게 다양한 생명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인간 개발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를,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강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은 '이곳만은 제발 좀 내버려두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들의 소리를 알아채는 것이, 눈 밝고 귀 밝은 인간들이 해야 할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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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의 봄. 노랑어리연꽃이 새순을 내밀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강 현장을 다니면서 이를 기록하고, 그를 통해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에 주력해오고 있습니다.
#금호강 #생태조사 #산란철 #잉어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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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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