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빵을 살피고 있는 한상백 대표.
경북매일 자료사진
"포항시민 전체가 두 번씩 먹을 양은 팔았을 걸요."
대체 이처럼 크게 히트 친 상품이 뭘까? 궁금증이 일어날 만하다. 한스드림베이커리 한상백(52) 대표가 만든 갈릭바게트(바게트 사이에 마늘 소스를 넣은 빵)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다.
포항의 인구를 50만 명으로 잡으면 지금까지 대략 100만 개의 갈릭바게트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이야기. "빵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꿈과 스케일이 남들보다 컸다.
교육자였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10년째 병상에 누워있던 1980년대 후반. 기울어진 집안을 돕기 위해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하려던 아들 한상백을 아버지가 극구 말렸다.
"너는 꼭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돼야 한다"는 부친의 뜻을 거역하지 못한 한 대표는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입학 후 한 달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부친의 안타까운 죽음과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생활. 방황이 시작됐다. 싸움도 하고 사고도 쳤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에 '고교생 한상백'을 구한 게 바로 빵이다.
제빵 일을 하던 형의 권유로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에 입학한 것. 1988년 일이다. 그해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열여덟 살이던 한 대표가 올림픽을 취재하러 온 전 세계 기자들이 먹을 빵을 진열하는 일을 했다. 아직은 빵을 만들지 못하던 때였으니 허드렛일을 맡은 것이다.
그때 조그만 빵 하나가 인종과 나이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로부터 35년의 시간이 흘렀다. 빵을 통해 존재를 전이시킨 한상백 대표는 지금도 빵과 첫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잊지 않고 있다. 또한 여전히 빵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모험이 즐겁고 흥미롭다고 말한다.
지금은 파티셰(Patissier)라고 불리는 '제빵사'의 영역을 넘어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강연자로 살고 있는 한 대표. 그는 빵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베이커리 컨설팅업체'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한상백 대표를 지난 월요일 만났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빵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