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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제안 거부한 원희룡 "전세사기, 전 정부 집값 폭등 탓"

민주·정의 각각 낸 특별법에 사실상 반대... 정부대처 미흡 비판엔 "원인 제공자가 해결사 자처"

등록 2023.04.20 13:57수정 2023.04.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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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원희룡 : "무얼 매입하라는 말씀이신가? 채권을 매입하란 건가? 물건을 매입하란 건가?"
심상정 : "그렇다. 두 가지 경우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라는 거다."
원희룡 : "보증금반환채권도 매입하고, 주택도 매입하라는 건가? 뭘로요? 무슨 돈을 가지고요? 어느 금액에?"
심상정 : "아니. 도시주택기금을 갖고 하세요."

원희룡 : "어느 가격에? 그 가격을 누가 정하나. 할인하면 피해자가 수용 안 하고 비싸게 사면 납세자가 동의하지 않을 거다."
심상정 : "그런 걸 하라고 정부가 있는 거죠."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전세사기 피해구제 및 대책 마련과 관련해 진행된 현안질의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구제하기 위해 관련 채권 혹은 주택을 공공에서 매입하는 이른바 '공공매입' 방안을 놓고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각각 특별법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심상정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 정부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공공매입 등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은) 피해자지원센터를 말했지만, 피해자 말에 따르면 경매로 집이 넘어간 사람들만 취급했고, 긴급저리대출도 얼마 전까진 전세자금대출에만 (대상이) 한정돼 경매 낙찰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주거지원을 (주택) 500호 한다고 했는데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2000가구가 쫓겨날 판이다. 어떻게 긴급주거지원을 할 것이냐"라며 "그러니 정부가 싼값에 (주택 등을) 매입해서 임차인들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이날(20일) 당정협의에서 전세사기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경매낙찰자금을 위한 저리대출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심 의원은 "진즉에 했어야 할 조치"라면서도 이 역시 공공매입 대책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 상당부분은 전세대출을 떠안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다 또 '따따블'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라는 얘기인데 모두가 가능하겠나"라는 질문이었다.


"공공매입은 피해자가 아닌 채권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법안을 살펴보고 얘기해달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제가 낸 법안 중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방안은 (채권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고 선순위관리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부가 깡통전세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선순위채권액보다 가격이 싼 경우에만 선별해서 매입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도 손해를 보고 정부는 재정을 투자해서 피해자의 피해를 줄여주는 3자 고통분담을 하자는 취지"라며 "2008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이런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해서 세입자들의 주거를 보장해준 사례가 있다. 미국은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못하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보증금반환채권을 인수할 때 할인율, 즉 손실을 확정짓는 것을 피해자들이 용인하겠나. 특히 우선변제금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매입금액으로 할인해 매입한다면 피해자들이 과연 수용하겠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 "주택에 대한 공공매입은 돈이 피해자에게 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 정부 탓' 원희룡 "사기꾼들에게 먹잇감 던져줬다"

원희룡 장관은 최근 전국으로 확산 중인 전세사기 피해의 원인은 전 정부 탓이란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대해 "원인 제공자가 갑자기 해결사를 자처해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민주당이 전세사기에 대해 정부에서 전혀 대책을 못 세우고 있고 최근의 피해도 신속한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장관은 이에 동의하느냐'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정부의 무한 책임을 지적하는 부분은 달게 받지만"이라며 한 말이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범죄가 발달하게 된 주요 원인은 뭐라고 보느냐'는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집값 폭등, 전셋값 폭등이다. 그리고 이 폭등들은 당시 임대차시장에 충격을 줬던 무리한 입법들과 선심성 정책, 보증금에 대한 무제한 대출 이런 것들이 되니 사기꾼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라며 "아무 대책과 경고음 없이 방치해온 것이 2년이 지나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매입 특별법, 여당 요청 의해 상정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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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오후 인천 주암역 광장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에 앞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전국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국토위에는 민주당·정의당에서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구제 등과 관련한 특별법 등이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법상 제정법률안에 필요한 20일의 숙려기간이 일부 충족되지 않은 법안이 있어 전체회의 상정에 여야 간사 간 협의가 필요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정부·여당안 발의 때까지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현안 질의에 앞서 "지금 미추홀구에 있는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렇게 절박할 때는 국토위도 밤을 새워 심의하면 안 되나. 이게 6월까지 가야 할 법인가"라며 "오늘 상정해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 법의 결과를 만들어서 가뜩이나 의지할 데 없는 피해자들에게 한 가닥 희망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법안 상정을 위해 간사 간 협의를 했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정부·여당안을 만들 때까지 좀 혐의를 미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위원장은 양당 간사 협의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최대한 조속히 상정하도록 요청했다. 만약 (상정이) 늦춰진다면 국회법에 의해서 위원장 권한으로 (관련 특별법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세사기 피해 #심상정 #국토위 #공공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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