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위해선 불복종 직접행동이 필요하다

[기후범죄 집단을 법정에!⑤] 포스코 행사장서 시위 벌인 이상현 활동가를 응원하며

등록 2023.04.25 15:07수정 2023.04.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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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활동가와 녹색당 활동가들은 2021년 10월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15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상현 활동가는 포스코의 기후위기 책임을 고발한 직접행동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불복하여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4월 18일~5월 2일 15일동안 노역을 수행합니다. 이에 기후재판 시민불복종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기후정의와 시민불복종·직접행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상현 활동가의 노역 기간동안 매일 연재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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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후정의 활동가 이상현씨의 포스코 기후재판 벌금 불복종 노역 입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포스코 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은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다. 하지만 냉전의 해체와 함께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확산의 맥락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도 대기업과 우선순위에 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가짜 해법과 그린워싱이 판치게 되었다. 

정부와 산업계의 소위 '지도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척 온갖 행세를 하지만 산업혁명 이전 시기부터 1990년까지 인류가 배출한 탄소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탄소가 훨씬 많다는 점은 그들의 위선을 똑똑히 보여준다.1)

2015년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파리협약을 맺으며 기후행동을 위한 유의미한 약속을 했지만 그 후 8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8년으로 기록되었다. 액손모빌, 쉘, BP 등 기후위기를 가져온 주범인 초국적 화석연료 대기업들은 화석연료로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재생에너지투자도 하는 등 스스로를 기후위기 해결사로 자처하고 있고, 북미와 유럽의 정부들도 경제성장을 위해 이들 대기업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지만 결국 기업 살리기로 귀결되었고, 이런 기조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하는 등 편의만 봐줄 뿐이다. 이런 모습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작 중요한 일은 내던지는 그린워싱에 정부와 대기업이 한마음이라는 점을, 이들은 생명 절멸로 치닫는 기후위기 시대에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경제성장과 이윤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믿는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직접행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8년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글로벌 기후파업, 같은 해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진 '멸종반란'의 비폭력 불복종 행동, 그리고 최근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큰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혹은 다보스 포럼)의 개인 전용 비행장을 막아서고 부자 나라들이 남반구에 지운 빚을 탕감하라는 요구를 내건 '기후를 위한 빚(Debt for Climate)'에 이르기까지 비폭력 불복종 직접행동은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가진 자들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왔다.

불복종 직접행동의 물결은 한국의 기후운동에서도 일어났다. 멸종반란이 2020년 11월 탄소중립 공청회가 열리는 국회 정문에 쇠사슬로 목을 매다는 저항행동을 벌인 이후 2021년에는 다양한 불복종 직접행동이 전개되며 기후(정의)운동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이 중에는 아직 실용화가 먼 '수소환원제철법'이라는 요술 방망이를 두드리며 마치 기후위기 해결사인 양 행세하는 포스코의 국제 포럼장에 난입해 목소리를 냈던 녹색당원 4인의 행동도 있었다. 


이들은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도합 1200만 원의 벌금을 처분 받았으나 이에 불응해 공식 재판을 청구했다. 1년이 넘는 재판과정 끝에 지난 1월 이들은 재판부로부터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을 인정받고 "산업계와 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욱 나은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결문을 이끌어내면서 절반 이하로 양형을 감형 받았다. 

많은 기후 활동가들은 이런 결과를 환영했다. 그러나 이상현 활동가는 감형된 150만 원의 벌금도 거부하고 노역의 길을 택하며 직접행동을 통해 부정의한 체제에 불복종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조차 거부했다. 이는 기후위기를 유발하고 그 해결을 계속 유예시키고 있는 이 부정의한 체제가 바로잡힐 때까지 불복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체제의 작은 변화에 만족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진보는 언제나 현상태를 거부하는 불복종 행동을 통해 변화의 동력을 찾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남성 소유계급에게만 선거권을 주었던 근대 민주주의 초기, 가진 자들이 우아하게 다수의 폭정을 걱정하는 가운데서도 무소유 노동계급은 정치권 확보를 위한 불복종 직접행동을 전개했고 이후 남성 선거권이 확보된 후에는 여성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법과 규범을 뛰어넘는 불복종 행동을 통해 선거권을 쟁취했다. 인도에선 대한영국의 식민지배에 불복종해 400km에 이르는 '소금행진'을 전개하며 지나는 지역마다 다양한 비폭력 불복종행동의 들불을 일으켰고, 마틴 루터킹 목사도 비폭력 시민불복종행동을 1950-1960년대 미국의 흑인 시민권 운동의 기치로 삼았다. 

한국사의 역사적 순간에도 불복종 행동은 곳곳에 있었다. 3.1운동을 비롯해 1930년대 이후 노동자 파업과 광복군 조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일제의 식민지배에 끊임없이 항거했다. 이승만 독재에 맞선 학생 시위도 당시엔 '불법'으로 낙인 찍혔으나 오늘 우리의 헌법은 '불의에 항거한4.19 민주이념'을 칭송하고 '계승'한다 선언한다. 80년대 민주화를 위한 행동들도 당시엔 '불법'으로 탄압받았으나 오늘날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처럼 불복종 행동은 보편적 권리 신장의 길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최근 몇 년 활발해진 기후 불복종 행동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있다.

불복종 직접행동 만큼 긴장을 고조시키고 위기상황을 만들어 정치적 공간을 열어놓을 수 있는 전술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와 산업계의 소위 '기후위기 대응'은 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에겐 더 많은 불복종 직접행동이 필요하다. 동시에 많은 불복종 직접행동을 사회적 힘으로 모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의 일회성, 국지성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하며, 더 큰 운동의 목표에 따라 다른 많은 전술들에 대한 고려 속에서 배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불복종 직접행동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의미 있는 변화를 해왔다. 이제 우리는 다음 스텝을 위한 집합적 지혜를 모을 때다. 그럴 수 있을 때 상현이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불복종의 의미도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고 있을 상현의 건강과 건투를 빈다.

1) 작년 9월에 나온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의 보고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1년 사이 탄소 배출량은 924기가톤으로 1750년부터 1990년 사이의 배출량 807.6기가톤보다 7.2% 가량 많다. 연구소는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지구 기온을 섭씨 2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감축해야 한다 권고한다. https://ieep.eu/news/co2-emissions-need-to-be-reduced-twice-as-fast-as-the-rate-they-have-gone-up-since-1990/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후정의활동가 김선철 님이 작성했습니다.
#기후위기 #불복종 #기후정의 #기후재판 #직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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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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