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큰 간호법, 제정 뒤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국민 건강권 보장 필요

[주장] 전 국회 비서관의 간호법과 보건의료체계 톺아보기

등록 2023.04.27 15:21수정 2023.04.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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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오늘도 국회 앞으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3.4.26 ⓒ 연합뉴스

 
간호법안(대안) 처리를 둘러싼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강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간호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연합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보건의료체계 총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동행을 취소하고 중재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종합 대책이 간호법 제정을 대신할 수 없다며 간호법 제정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간협은 지난 26일 "여당과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했다. 또 같은 날 2만여 명의 간호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국회를 압박했다.

복지부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돌봄 역할을 확대하는 제1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간호사 양성 확대, 간호인력 배치 기준 설정, 간호사 업무 범위 법제화, 신규 간호사 임상교육체계 도입 및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 3교대 근무에서 근무 형태 다양화 시도, 간호사 중심의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 시범사업 실시 등 기존 간호법에 담긴 내용을 대폭 수용하였다.

이에 대해 간협은 환영하면서도 "의사 및 의료기관 등 다른 보건의료자원 정책 변화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간호법 제정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한편, 의협은 간호법안의 간호에 관한 내용을 학교보건법, 농어촌의료법, 형집행법 이외에는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간호법안에 대해 의료법보다 우선한 '간호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간호(조산)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해 간호정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위상의 회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은 건강보험정책과 간호정책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는 비상식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도가 아닌 '간호사'의 지도 하에서만 간호조무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없이는 어떠한 간호행위도 할 수 없게 되어 병원급 의료기관 내 간호조무사 업무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해당사자들의 우려 이해하지만 


필자는 간협, 의협, 복지부의 우려와 고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으로 근무한 경험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로서 간호법 제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간협의 주장과 같이 현재 대한민국 간호사는 의료기관 외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한 인력임에는 분명하다. 간호사는 학교, 사회복지시설, 기업체 등 지역사회에서 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애 쓰고 있다.

현재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국가는 OECD 33개 국가를 비롯해 96개국이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세계 주요국과 같이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 등의 인력과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한 총괄적인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간호법 제정 필요성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정치적 신뢰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간호법 제정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현장에서 간호법 관련 법안발의 상황을 언급하며 "간호협회의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본회의까지 부의된 상황에서 다수 의결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입법부를 존중해줘야 마땅할 것다.

아직 간호법 처리가 되지 않았지만, 본회의에 부의될 경우 민주당이 다수석을 점하고 있기에 간호법 제정은 가능하다는 것이 여론이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률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재의권 즉,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라는 것이 스스로 입법부의 권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한국은 대표적인 저부담 저복지 국가이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지 수년이 흘렀으나, 선진 복지국가라고 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021년 기준 1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필자는 단순히 복지지출을 더 많이 늘려서 복지국가로 나아간다는 단순한 논리보다는, 이미 있는 제도와 서비스 제공 수준 내에서 간호인력의 업무범위 확장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서비스 증진을 통해 건강권 보장과 의료서비스 질 제고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복지국가는 현금이나 현물 급부 제공 증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진 복지국가 진입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확실히 보장하면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질 때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의 활동이 확장돼 시민이 보다 쉽게 의료서비스나 건강관리가 용이해진다면, 복지지출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선진 복지국가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간호법은 21대 국회에서 상당 시간 논의된 바 있고, 세계 주요국에서 독자법을 갖고 있을만큼 시민에게 중요한 법률이니 만큼 여야는 더이상 정치적 고려를 하기보다는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진지하고 숙고하여 입법부의 권능과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한 대통령실은 입법부의 의사를 존중, 성숙한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19대 국회 신경림(전 대한간호협회장) 의원실과 21대 국회 최연숙(간호법 발의)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기사는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됩니다.
#간호법 #거부권 #대통령실 #국회간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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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소박한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현장과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 발전과 사회서비스 제도 개선을 설계, 보완하는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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