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와 한 달에 한 번씩 홈베이킹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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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는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가능한 희희낙락한 일을 고민하기. 이건 내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삶의 기술이기도 하다. 클래스를 그만두고 집에서 베이킹 하는 일이 줄었지만 딸아이와 한 달에 한 번씩 홈베이킹 시간을 갖는다.
우리끼리는 그걸 매달 하는 생일파티라고 부른다. 어떤 날은 간단히 쿠키를 굽고, 또 다른 날은 컵케이크를, 때로는 진짜 생일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면서.
지난 2월에는 남편 생일을 위해 딸기 케이크를 만들었다. 딸아이 생일이 있는 5월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로 케이크를 구울 것 같다. 아참, 딸기 좋아하는 나와 딸에겐 봄 가기 전 딸기잼 만드는 일도 연례행사 중 하나.
딸기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커다란 박스로 딸기를 사 들고 오며 우리는 신이 나서 떠들어대겠지. 손질한 딸기가 담긴 솥에 설탕, 레몬 넣어 끓이는 사이 집안 가득 향긋한 냄새가 차오를 테다. 아이는 요리사가 된 것 마냥 기다란 주걱을 들고 휘저을 테고. 완전히 졸아들지 않아도 한 번만 먹어 보자며 성화일 게 뻔하다. 우리는 냄비 앞에 선 채로 갓 끓인 딸기잼을 빵에 올려 '호호-' 불어 가며 먹겠지.
그런 찰나는 아이 인생에서 손톱만큼 짧을 테지만, 해를 거듭하는 사이 실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을까. 인생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씨실이 되어 아이는 딸기를 볼 때마다 엄마와 웃던 기억을 회상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이런 순간이다. 생활을 둘러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기울이고 사랑하기, 철마다 걷고 보고 먹으며 자잘한 즐거움을 체험하길 미루지 않기. 그랬던 순간의 기억을 아이의 몸에 촘촘하게 새겨주고 싶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할 가능성은 없다. 행복은 체험이다.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자주, 쉽게 겪을 수 있다. 유년에 저금해 둔 행복을 한꺼번에 찾아 즐겁게 누리는 어른을 본 적이 없다."
- <고요한 포옹> 박연준, 마음산책
어린 시절, 삶을 누리는 법을 전수시키려고 부모님이 봄이면 쑥 캐서 국 끓여 주고 해마다 꽃놀이에 데려갔던 건 아닐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자연스레 되풀이 하는 사이 내게 계절 감각이라는 게 형성되었겠지. 소소한 생활이 축적되어 나와 계절 사이에 씨실이 엮였다. 그 실을 연장해 아이에게 건네 준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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