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련소 공장 굴뚝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2018년 가을에 촬영된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장영식
지난 29일 오랜만에 경북 봉화의 영풍석포제련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여서 큰 맘 먹지 않으면 찾지 못하는 곳입니다. 같은 경북 북부지역의 오지 중 하나인 영양에 들렀다가 바로 옆 영풍제련소를 찾았습니다.
제련소가 있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는 여전히 디스토피아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했습니다. 단일 공장이 거의 공단 규모로 낙동강 협곡을 끼고 들어서 있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시골 오지에,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어떻게 이런 규모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무척 의아할 따름입니다. 공장에서는 계속해서 아황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공기는 매케해 오래 있으면 코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이곳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1공장 뒷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하고 사면이 무너져 내리는 산사태 현장입니다. 과거 영풍제련소가 들어서기 전에 이곳은 아름다운 협곡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90여 개에 이르는 제련소 굴뚝에서 일제히 아황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 나무들은 고사했으며 산사태가 일어나는 위태로운 모습만 보여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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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련소 뒷산 나무들의 집단 고사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이러니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이라는 닉네임이 이상하지 않을 수밖에요. 앞서 언급했듯, 석포리는 정말 아름다운 협곡을 자랑하던 곳이었습니다. 감입곡류 지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협곡이었습니다.
석포리의 옛 모습을 확인해보려면 조금만 하류로 내려가면 됩니다. 석포리를 벗어나는 순간 다시 아름다운 협곡의 모습과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바로 아랫마을인 승부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승부리는 제련소 마을인 석포리 바로 아랫마을로, 석포리의 옛 모습이자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영풍제련소를 퇴출시키고 다시 되찾아야 할 낙동강 최상류의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