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택배를 가져갈 택배기사가 오지 않아 부모님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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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취를 시작한 16년 전부터 반찬을 택배로 보내주셨던 부모님은 택배를 보낼 때마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예전엔 택배 회사의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했던 건지, 무법천지의 시대였던 건지, 택배를 가지러 오겠다던 택배기사가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택배기사가 오기로 한 시간에 맞추어 상자에 반찬을 넣고 테이프로 단단히 묶어 포장을 해놓고 기다렸는데도.
한 번은 집으로 온 택배기사가 김치는 절대 택배로 보낼 수 없다며 포장을 끝내놓은 상자를 굳이 열어 하나하나 확인하더란다. 그러더니 반찬은 배달 안 한다며 가버린 일도 있었다. 이런 만행(?)을 경험한 후로 부모님은 나에게 반찬이 무사히 전달될 수 있을지 늘 노심초사였다.
택배를 보낼 때마다 맘고생을 하시던 부모님은 궁여지책으로 집 근처에 있던 택배회사에 반찬 상자를 직접 가지고 가 택배를 신청하는 방법을 찾아내셨다. 두 분이 들기에는 무거운 무게였지만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행복이셨던 부모님은 맘고생보다는 몸고생을 택하셨다.
그렇게 몇 년간 택배를 보내주셨지만,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다시 택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해 택배를 신청했지만, 어째서인지 택배 수거 시간을 몇 시간씩 훌쩍 넘겨 택배기사가 도착하거나, 아예 그날 택배를 가지러 오지 않은 일이 되풀이 되었던 것.
목소리에 잔뜩 화가 담긴 엄마는 포장을 다 풀러 냉장고와 냉동실에 다시 반찬을 넣었다며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이야기했다. 그렇게 택배 때문에 맘고생을 하던 엄마가 어느 날 반찬을 보냈다는 말 끝에 맘에 드는 택배기사를 만났다며 한껏 좋아하셨다.
30대 초반의 청년이 택배를 가지러 왔는데, 호구조사까지 마치셨는지 아직 신혼에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도 있다는 과한 정보를 알려주시더니, 일을 열심히 하는 괜찮은 택배기사 같다며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마도 택배기사님은 지금껏 부모님이 만난 사람들과는 다르게 싹싹하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주신 모양이었다. 계속 이 택배 기사한테 택배를 부탁해야겠다는 엄마의 말 속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그렇게 택배기사님께 몇 번 택배를 이용한 얼마 후, 아빠가 택배를 신청하러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화물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듯한 그 회사는 이제 개인 택배를 취급하지 않아 더 이상 택배 이용이 안 된다는 거였다. 부모님은 이전에 받아놓았던 택배 기사님의 핸드폰으로 정말 안 되는 건지 확인차 전화를 걸어보셨다.
택배 기사님은 아빠의 전화를 받고는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택배 회사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과 택배기사님은 부자지간이고, 얼마 전부터 두 분이 같이 택배 사업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사장님은 회사에서 택배를 접수받는 일을 하시고, 아들인 택배기사님은 직접 택배를 나르며 같이 사업을 키워가고 계신 중이었다. 사장님은 '아들이 전화해서는 다른 집 택배는 안 해도, 우리 집 택배는 꼭 배달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면서 배달을 해줄 테니, 내일 시간 맞춰 택배를 준비해두라는 말을 남기셨다.
오늘 내가 받은 택배에 담긴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