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한 양 씨가 생전에 받았던 정신과 진료기록. 진료기록에 따르면 평소 상당한 업무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변상철
그러나 양씨가 사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양씨는 2022년 3월 23일께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양씨와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양씨는 방역 매뉴얼에 따라 3주간 자가 격리를 하게 됐다.
그러나 양씨는 자가 격리 기간 중에도 여전히 업무를 놓을 수 없었다. 수사대의 발표에 의하면, 양씨는 격리 기간 중에도 당직 근무 편성, 예비군 독립편성 및 인사관리 업무 등을 유선전화기를 이용해 처리·수행했다. 그리고 미처 자신이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에 대해선 같은 부서원에게 부탁을 하는 등 업무를 지속했다. 이미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나빠진 양씨는 격리기간 중에도 지속된 업무 수행으로 인해 몸이 더욱 망가졌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지점이 있다. 해당 부대가 자가 격리 해제 후 3주 만에 출근한 양씨의 상태를 미처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코로나19 완치자 관리지침에 의해 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건강상태 체크와 지속적 모니터링을 하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이에 동원참모 부서에서도 정신건강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정신건강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검사를 진행해야 했고, 더불어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중증도 모니터링'을 하게끔 돼 있었다. 하지만 동원처는 위와 같은 검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양씨는 작성한 적도 없는 정신건강체크리스트 검사지에 모두 '양호'한 것으로 표기된 검사결과가 보고됐다.
수사대에 의하면 동원처 직원에 의해 대리 작성돼 보고됐고, 이 사실을 확인한 수사대는 인사참모, 동원참모, 의무대장, 실무장 등 7명에 대해 관리지침 위반으로 징계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법 사항이 확인되었음에도, 사단에서는 위 7명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양씨는 코로나19 자격격리 후 이전과 다르게 심리적 안정에 대한 불안, 수면부족,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와중에 갑작스러운 육아휴직에 대한 신청 취소 반복으로 인해 부서원들 사이에 양씨의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동원처 김아무개 소령과 상담을 했다. 동원처는 양씨의 상태가 코로나19 이전과 다르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상담 등을 통해 인지했음에도 전문심리상담, 코로나19후유증 검사 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양씨의 아내는 남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이전부터 믿고 따랐던 선배 주무관과의 연락두절이 있었다고 한다. 육아휴직의 신청과 철회,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정신과 치료 등으로 인해 양씨의 업무까지 맡게 된 선배 주무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양씨는 선배에게 미안함과 자신이 처한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문자나 전화로 털어놓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선배 주무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양씨는 사무실 내에서 자신에 대해 동료들이 좋지 않은 감정으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믿고 더욱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고 한다. 실제 수사대의 수사 결과에서도 선배 주무관이 양씨의 연락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업무를 정리하는 과정 중에 순간적으로 욱 할까봐 스스로 연락을 차단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는 양씨가 사무실 내에서 주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근거 중 하나로 읽힌다.
인권위의 판단... 변호인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양씨의 아내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지난 4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로는 진정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통지했다. 통지 결정문에 따르면, 양씨가 2019년도부터 담당업무를 무리하게 처리해왔으나 코로나19 완치 후 정신과적 문제가 발병돼 극도의 업무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봤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육아휴직에 대한 신청, 철회를 반복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 중 동료 간부들에게 업무를 부탁한 사정 등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진 이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가중됐을 것으로도 판단했다. 더불어 자가 격리 종료 후 부대에 출근했으나 정신과적 불안증세와 우울증상 등이 발병하면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봤다. 다만, 정신과적 증상이 업무부담 내지 동원처 간부들과의 갈등 및 따돌림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결정에 대해 양씨의 사건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양씨가 사망하기 전 진료를 받은 병원의 진료 면담기록에 분명하게 업무의 과중함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정신과적 증상이 업무부담으로 비롯됐는지 확인 못 했다는 국가인권위의 판단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 변호사는 양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2022년 5월 12일 작성된 서대구대동병원의 진단서를 제시했다. 이 진단서에 의하면, '출근 전날부터 업무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함', '총 수면 시간은 3~4시간가량', '업무 부담감에 4월 21일 육아휴직을 신청하였으나, 자꾸 후회가 되고'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어 업무의 부담감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 변호사는 또한 코로나19 자가 격리 해제 이후 군에서는 '코로나19 완치자 관리지침하달'이라는 공문을 사단으로 내려 보냈고, 이 공문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출근할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보고를 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사망한 양씨가 이러한 모니터링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사망한 양 씨의 죽음에 대한 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당시에도 이 모니터링 보고서가 양씨 당사자가 아닌 직장 동료들의 임의 작성에 의해 보고된 사실이 확인돼 이들을 모두 징계 요청했으나, 최종적으로 징계 받은 이들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만약 이 매뉴얼에 의해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되었다면 양씨의 상태를 좀 더 일찍 알아채고, 업무의 조정 등이 가능해지고, 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양 씨가 사망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최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양 씨의 유족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파이팅챈스' 등은 행정심판 등을 통해 미진한 조사에 대한 추가조사요구와 함께 군을 상대로 한 재조사 요구, 소송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양씨의 아내는 "기다림에 끝은 없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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