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권우성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목회자들은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지난 4일 발표했다. 나 또한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관련 기사:
윤 정부를 위해 기도했던 목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유 https://omn.kr/23sqn).
그 얘기를 하기 전 먼저 전제하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온 국민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모든 소원과 기대를 담아 대통령에게 투사했다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속았다'며 물러나라는 식에는 반대한다. 우리는 5년마다 신을 뽑는 게 아니고, 대통령은 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지난 코로나 2년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대한민국은 국가 기본시스템과 성숙한 국민 의식이 높아 웬만하면 대통령의 실정조차 흡수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라가 가야 할 방향타만큼은 제대로 가리키든지 아니면 최소한 역행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그걸 '시대정신'이라고 하자). 2020년대 현 한국의 시대정신은, 30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신자유주의 독식으로 쌓인 병폐들을 극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역행해 왔다고 본다. 다음 이유들이 내가 목회자 시국 선언에 참여한 배경이다.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대정신... 하지만
첫째, 기후 위기 극복의 역행이다. 한때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는 연출된 가짜뉴스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잇따른 가축과 가금류 전염병으로 인한 짐승 몰살, 심각한 미세먼지에 이어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이제는 위기극복 시나리오조차 너무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윤 정부는 전임 정부 시절 점차적 축소로 방향 잡았던 원자력 발전을 보란 듯이 다시 되돌렸다. 무분별한 막개발과 자연 파괴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환경영향평가를 거침없이 건너뛰며 수익성도 불분명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곳곳에서 승인해 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다음 세대의 몫인 소중한 삶의 기반과 자산들을 탕진하려 들 것이다.
둘째, 국가폭력으로 전락한 법치의 역행이다. 윤 대통령은 입만 열면 '법'과 '자유'를 목 놓아 외치는데, 도대체 무엇이 법이며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검찰을 내세워 법치를 내세우지만 강자의 구조적 폭력은 질서로 미화되고, 약자의 저항적 폭력은 탈법이라고 딱지 붙인다. 내로라하는 재벌총수들은 죄를 짓고도 경제 회생을 위해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여전히 OECD 최장기 노동시간에 시달리며 산재로 죽는 노동자가 끊이지 않는데도 '노조 기득권 척결'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부르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