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비인 마의 3개월을 넘기고 전화영어를 시작한 지 어느새 6년이 되었다.
Pixabay
6년 전 영어를 시작할 즈음은 마흔을 목전에 두고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생각은 많아졌지만, 넘쳐나는 시간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사무실에서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할까 의문은 커지고, 견적을 딱 보니 내 노후는 나 혼자 챙겨야 하는 게 자명해 보이는데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혹자는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였건만,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공부라는 것과는 영원한 안녕을 약속이라도 한 듯 책에서 손을 놓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었다. 물음표만이 가득한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이 불안했다. 결국 난 불안함을 주체하지 못해,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영어라도 공부하면 난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사그라질까 싶었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나의 불안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불안함이 사라질 정도로 나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 느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불안한 나의 상황에 마지막까지 끈을 잡고 있는 영어가, 어느 날 나에게 단비처럼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6년째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굼뜨게 좋아지는 나의 영어 실력을 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언어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한 뼘, 내일은 오늘보다 또 한 뼘 좋아지고 있으니 괜찮다고 나를 달래고 있다.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 딱히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데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화영어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미련하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는 바이니, 제발 그 입은 그냥 다물어 주시길.
느리지만 느직하게 조금씩 나아가는 걸, 난 성실함이라고 믿고 싶다. 그 성실함으로 쌓아올린 영어가 언젠가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리라는 꿈을 꾼다.
내가 가장 수시로, 가장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문장 'How should I say it?'(그걸 어떻게 말해야 되지?)은 오늘도 되풀이 되겠지만, 언젠가 '음' 없이, '어' 없이 대화가 가능한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날이 진짜 올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오늘도 받기 싫은 전화를 받는 나를 응원한다.
1인 가구 여성들이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또 새롭게 깨닫고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씁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40대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공유하기
오늘도 받기 싫은 전화... 6년째 이러고 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