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에 재워 놓은 더덕왼쪽은 뜨거운 물에 살짝 담근 더덕, 오른쪽은 생 더덕이다.
박정선
얼마 전 엄마가 "농협 옆에 트럭 맨날(매일) 와 있잖아. 오늘은 더덕을 항거(많이) 싣고 와서 팔데"라고 하셨다. 엄마가 하나를 콕 집어 말씀하시면 그건 사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와 살기 시작할 무렵엔 나 혼자 살 때는 사 본 적 없던 식재료를 엄마가 말하면 관심이 없어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이제는 흘려듣지 않고 꼭 다시 묻는다. "(상태가) 괜찮아? (가격은) 얼마나 하데?"라고. 마트나 시장에 갔을 때 오래간만에 더덕이나 도라지가 보이면 그때도 챙겨 묻는다. "엄마, 살까?"라고.
다시 나갔다 오신 엄마 손에 까만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봉지를 받아서 펼쳐 냄새 맡으니, 특유의 쌉쌀한 향과 자연 그대로의 흙냄새가 향긋한 더덕이었다. 언젠가 사 왔던 질긴 더덕과는 달랐다.
"니 거기(인터넷) 들어가서 더덕은 어떻게 하면(손질하면) 되는지 찾아봐라."
엄마의 말에 더덕 손질법을 찾으니 뜨거운 물에 잠깐 넣었다가 껍질을 가로결대로 벗기면 마치 익은 감자 껍질처럼 돌돌 벗겨진다고 나왔다.
"아, 맞네. 지난번에도 뜨거운 물에 살짝 넣었다가 껍질 벗겼네. 생각나제, 엄마?"
"그러네, 그 말 들으니까 생각난다. 물 끓여봐."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이면서 비교적 최근 일이지만 엄마가 잊지 않고 기억을 잘 하시는 게 고맙다. 그 생각을 하면서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냄비 바닥에 깔릴 정도 물을 받아 불에 올렸다.
약간의 물을 끓이며 냄비를 뜨겁게 해 놓으면 커피포트에서 끓인 물을 부어도 온도가 유지된다. 채소를 넣어도 다시 물이 끓을 때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경험 많은 엄마의 데치기 비결이다. 그렇게 하면 채소가 푹 익는 것도 막을 수 있어 좋다고 하셨다.
"더덕을 맨 손으로 까니까 손이 끈적거리는데,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하니까 잘 까져서 좋네."
깐 더덕이 어느 정도 모이자, 이번에는 나무 방망이로 살살 두드렸다. 잘 씹힐 정도로 약간만 하면 된다. 더 진한 더덕 향이 번졌다. 큼큼 맡으며 손질을 끝냈다. 그 냄새를 맡으니, 나도 침이 고였다.
엄마가 자주 "할매들" 이야기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