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간장과 고추장(자료사진).
하주성
음식을 만들 때 기본양념은 된장, 고추장, 간장, 소금이다. 처음 요리를 할 때는 음식마다 어떤 양념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것저것 막 넣고 맛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기본양념 네 가지를 알고 난 후로는 음식 만드는 게 점점 수월해졌다. 네 가지를 기본으로 이리저리 응용하면 되니까. 또 음식 색을 떠올리며 네 가지 양념 중에 무엇을 넣을지 정하면 얼추 그 맛이 났다.
예를 들어 잡채의 당면 색은 어두운 갈색이다. 네 가지 중 된장이나 간장색과 비슷한데 먹었을 때 된장 맛이 난 적은 없으니, 간장을 넣으면 되는 식이다. 감자채볶음처럼 간간한데 별다른 색이 없을 땐 소금이겠구나 하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기본양념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드니 실패할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살면서도 이렇게 기본을 잘 생각해 보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 많은 것 같다.
음식의 기본, 된장찌개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아침에 국을 끓이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혼자 살 때처럼) 국 없이 밑반찬이나 전날 먹고 남은 반찬으로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 언제인가부터 엄마가 "국은 안 끓이나?"라고 물어보신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니라고는 하시지만, 국이 있어야 음식이 잘 넘어가는 연세가 되신 것이다.
국을 거의 매일 끓이다 보니 만만한 게 된장찌개다. 제철 채소를 듬뿍 넣고, 두부는 그보다 훨씬 많이 넣어 끓이는 우리 집 된장찌개. 엄마도 나도 단백질 때문에 두부는 거의 매일 먹는데, 특히 두부를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것을 엄마가 좋아하신다. 밥 먹으면서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 따로 챙기지 않아도 돼서 편하단다.
된장찌개를 끓이면 신기하게도 늘 맛있는데, 우선은 엄마가 직접 담는 된장이 한몫하는 것 같다. 메주를 띄워 만드는 전통 방식은 아니지만 재래시장에서 파는 된장 만드는 세트(메줏가루, 소금, 노란 콩 등)를 사 와서 식구들 입에 맞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정월달 손 없는 초아흐렛날에는 소금을 적게 넣고 담아도 되지만, 그보다 늦게 담으면 소금을 많이 넣어서 담더라, 옛날 할매들이."
엄마는 될 수 있으면 소금을 적게 넣을 수 있는 정월 초에 만든다고 했다. 손 없는 날은 길일(운이 좋거나 상서로운 날, 음력으로 끝수가 9와 0인 날)이라고 하니, 정월달 손 없는 초아흐렛날 담은 된장은 가족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된장 담는 이야기를 늘 듣기는 했어도, 엄마가 만드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잔심부름을 하는 와중에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다. 다 만들고 베란다에 45일 정도 뒀다가 간장을 따로 빼내고(조선간장) 남는 것이 된장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