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입학한 날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될 아이의 삶을 응원하며 찍은 사진
박여울
며칠 뒤 또 그 반 수업이 있었고 끝나고 나오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나지막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선생님~ OO이라는 이름 어떠세요?" 하고 말했다. 얼굴을 보니 교탁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차분한 성격의 여학생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아이 이름을 듣자마자 당황했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부터 건넸다. 나를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 주는 그 학생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 이름을 성을 붙여가며 서너 번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그러자 내 입에 착 달라붙는 그 느낌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이전에 고민을 해 본 이름이었다. 썩 마음이 가지 않다가 제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전혀 다르게 들렸다. 어쩐지 우리 딸 이름으로 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남편과 상의를 했고 그렇게 그 여학생이 제안해 준 이름으로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이 정해졌다.
그 첫째 딸이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때때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다는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좋고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이 재밌어서 학교가 좋다고 말한다. 그런 딸에게 매일 아침 "OO아 학교 잘 다녀와~"라고 이름을 붙여 인사를 건네고 나면 딸의 이름을 지어준 그 여학생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 내가 받은 감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그 순간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것일까? 어쩌면 엉뚱한 한 아이의 질문으로 시작된 그 이야기는 가볍디 가벼운 에피소드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는데 그 아이는 내가 했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고민해 주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학교 생활에 있어 많은 이들은 공부에 중점을 둔다. 중학교 교사이자 엄마인 나도 우리 딸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제 머리에 쏘옥 넣어왔으면 좋겠다.
누구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그리고 학부모님이라면 학교에서의 공부는 매우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또 학교에서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학교 역시 작은 사회이기에 아이가 교우 관계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면 애가 타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학생을 떠올리면 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또 다른 면을 살펴보게 된다. 그 학생은 교탁 앞에서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지만 바른 자세로 수업을 듣는 아이였다. 수업 시작 종이 칠 무렵 짧게 나눈 '아이 이름 지어주기' 에피소드를 그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선생님인 나의 이야기를 언제나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교사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이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을 때는 조용히 샤프를 움직이며 필기를 했다. 교사로서 그저 고맙고 대견한 학생이다.
뒤늦게 깨달은 제자의 경청과 배려